“예약하고 오셨어요? 오늘 예약 안하셨으면 파업 때문에 진료 어려워요”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처우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1층 접수·수납 창구는 일부만 운영 중인 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파업 사실을 모른 채 발걸음한 일부 환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예약 없이 방문해 진료 불가 안내를 받고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 온 50대 하 모 씨는 “어머니가 감기 기운이 있으셔서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봤는데 호전되지 않아서 큰 병원을 가보라는 소견서를 들고 왔다”며 “예약 없이는 오늘 진료를 볼 수 없다고 하는데 비도 오는데 휠체어를 끌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푸념했다. 갑상선 수술 이후 20년째 국립중앙의료원을 찾는다는 또 다른 환자도 출정식을 위해 모여있는 노조원들을 보고 “지난 주에 올 걸 그랬다”며 당혹스러워했다.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파업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영배(71) 씨는 “원래 오늘 백내장 수술이 예정돼 있었는데 병원 사정으로 수술을 연기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대화나 협상 없이 무조건 파업에 돌입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얼굴을 붉혔다. 이어 이 씨는 “병원은 환자에게 쾌유의 희망을 전해줘야 하는데 병원 내에 걸려있는 거친 구호가 보기 불편하다”도 말했다. 피부과 진료를 보러 온 김영주(84)씨도 “(나는) 피부과 환자라 중증 아니지만 암 환자들은 걱정된다”며 “의료 영역에서는 파업 하지 말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보건의료노조 파업의 취지에 동감한다는 환자도 있었다. 이날 병원을 찾은 한 40대 환자는 “요구 사항이 써진 플랜카드를 보니 오죽하면 파업을 했겠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코로나19 때도 의료 인력이 고생이 많았는데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국립중앙의료원 앞에는 궂은 날씨에도 간호 인력, 사무 인력 등 노조원 550여명이 모여 파업 출정식에 나섰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후 1시 반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만여 명 집결해 대규모 총파업 투쟁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9.2 노정합의 이행 등을 요구 △정당한 보상(임금인상률 10.73% 등)을 7대 핵심 요구 사항으로 내걸고 이날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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