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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젤렌스키 초청에 위험 감수…비행기~육로로 14시간 극비 이동

■키이우 전격방문 막전막후

젤렌스카 여사, 방한때 친서 전달

尹, 동유럽 순방때부터 준비 시작

폴란드 방문 막판까지 '철통 보안'

두다 대통령 '안전 루트' 제공하자

포격 잠잠해진 밤·새벽시간 '결단'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키이우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궁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우크라이나로 출발하겠습니다.”

이달 14일(현지 시간) 자정 무렵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우크라이나 현지에는 러시아의 포격과 자폭 드론(무인기) 공격이 수시로 이어지고 친러 성향 테러단체들도 활동하고 있어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안전하게 입국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포격이 멈추고 테러단체의 활동이 잠잠해지는 자정부터 새벽 시간 사이에 키이우로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한밤중이라도 이동 중 예기치 못한 공격을 당하거나 사고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었다. 경호실로서는 안전을 100% 장담하기 힘든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크라이나와 연대하고 러시아 침공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현지를 방문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마침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정부가 안전한 이동 경로를 확보해주겠다고 협조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이 성사될 수 있었다. 대통령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은 안보실과 경호처 주요 인사들 극소수가 최고등급의 국가 보안 속에 추진한 프로젝트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이 추진된 발단은 올 5월 16일 윤 대통령에게 전해진 한 통의 친서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윤 대통령 부부를 자국으로 초청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쓴 것이다. 우크라이나 영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해단 친서를 들고 방한해 직접 윤 대통령에게 건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일정 도중 현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직접 우크라이나 방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7월 동유럽 순방 일정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방문 진행을 염두에 두고 극비리에 사전 준비에 나섰다. 이 사실은 이번 동유럽 순방에 동행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단뿐 아니라 대부분의 비서실 직원들에게도 공유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윤 대통령은 이달 11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공식 만찬 행사 도중 젤렌스키 대통령과 조우했으나 대통령실은 이조차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자칫 우크라이나 방문 추진 사실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급변하는 우크라이나 전황으로 인해 윤 대통령의 현지 방문 성사 여부는 막판까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이 10일부터 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방문한 리투아니아 빌뉴스 방문 기간은 물론이고 12일부터 2박 3일간 공식 방문한 폴란드 현지 일정 와중에도 막판까지 우크라이행 여부가 저울질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한 입국 경로 확보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1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가진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방문 논의가 가속화됐다. 윤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의 초청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 정부를 통해 우크라이나로 이동하는 안전한 루트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 이동한 경로는 여전히 극비 사항이다. 다만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비행기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서부쪽 접경으로 이동한 뒤 열차와 육로를 이용해 현지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바르샤바에서 키이우까지는 800여 ㎞로 평시에는 비행기로 약 1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다. 하지만 윤 대통령 내외는 러시아의 포격과 테러단체의 위협이 없는 루트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기까지 약 14시간, 복귀하는 데도 13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원수의 신변이 걸린 주요한 이동이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안전한 지역에 있을 때까지 현장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비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 주요 일정을 마친 뒤에야 바르샤바에 대기하고 있던 동행 취재단에게 공동성명의 내용과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지역 방문 사진 등을 제공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바르샤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얼마 전에 저희에 대한 방문 요청이 있었고, 저희가 인근 국에 방문을 하게 됐다”며 “나토 순방을 준비하면서 오래전에 양자 방문 초청을 받았고 고민을 오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전시 상황에서의 협력 문제, 그리고 향후 폴란드를 포함한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구체적으로 별도 논의할 사항이 많이 식별돼 이번에 회담이 필요하게 됐다”며 “상대국(우크라이나) 정상이 정중하게 방문 초청을 하는 것은 지금 국제사회의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는 것이고, 그것을 담은 요청이라고 저희는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 시간) 키이우 전사자 추모의 벽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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