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새 400㎜를 넘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충청과 전북 등을 강타하면서 4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무너진 제방의 물이 지하 차도를 덮치면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버스와 자동차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더구나 이번 폭우로 산사태로만 사흘 새 경북에서 12명이 숨졌다. 이 같은 침수나 산사태 등은 관할 지자체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다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파악된 실종자 11명 가운데 총 9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15일 오전 8시 40분께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의 무너진 제방을 타고 하천 물이 쏟아져 747번 버스 등 차량 15대가 고립됐다. 5구의 사망자가 수습된 747번 버스는 정규 노선을 우회해 지하 차도에서 운행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카드 단말 기록 등으로 추정한 결과 버스에는 약 10명의 승객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 차도 침수가 발생하기 4시간여 앞선 새벽 4시 10분께 미호강 지점에 홍수경보가 내려졌지만 차량 등을 통제하지 않은 행정 당국의 대응이 문제로 떠올랐다. 또 정부가 2020년 폭우 이후 지하 차도 침수를 막기 위해 자동 차단기를 설치하겠다는 대책을 수립했음에도 궁평 제2지하차도를 담당하는 충북도는 올해 6월 29일에서야 행정안전부로부터 약 7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호강이 지난해 ‘홍수 취약 하천’으로 지정됐지만 홍수경보 발령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제방이 무너져 내린 것 역시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사태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북도 측의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북에서는 예천군과 영주시를 포함해 12명이 산사태로 사망했다. 예천군은 산사태 발생 전날인 14일 오후 9시 6분께 ‘외출 자제 등 안전에 주의 바란다’는 안내 문자를 보낸 지 4시간여 뒤인 다음 날 오전 1시 47분께 예천군 전 지역에 산사태 경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지역은 특히 고령층이 많은데 휴대폰 문자만 보내놓고 이렇다 할 조치는 없었다”며 “경북도청과 예천군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주민 대피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37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22명이 다쳤고 6182명이 대피했다.
한편 폴란드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에서 집중호우 대처 점검회의를 열어 “경찰은 지자체와 협력해 저지대 진입 통제를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해달라”고 지시한 뒤 “이번 폭우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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