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이 여성들의 히잡 착용 단속을 재개했다.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을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이른바 '도덕 경찰'이 활동을 최소화한 지 10개월 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이드 몬타제르 알메흐디 이란 경찰청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오늘부터 경찰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으면서 규정을 위반하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경찰의 단속에 거부할 경우 그들(여성들)을 사법부에 회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속 재개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지도자 및 대중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9월 이란에서는 20대 여성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9개월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져 최소 500명이 숨지고 2만 여명이 체포됐다. 지난해 12월 당국이 도덕 경찰 폐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지만 단속을 줄였을 뿐 실제로 폐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 도덕경찰은 최근 다시 단속을 강화했다. 4월 도덕경찰은 '스마트 감시 카메라'를 동원해 히잡 미착용 손님을 받은 식당·상점 수백 곳에 영업 정지 처분을 내렸다.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을 과도하게 처벌하는 사법부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여배우 아자데 사마디는 히잡 대신 모자를 쓰고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15일 심리 치료를 받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에게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있다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었다. 또 지난 주 사법부는 운전하다가 히잡이 풀어진 한 여성에게 시신 안치소에서 한 달 동안 시신을 닦으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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