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이틀 만에 총파업을 종료했지만, 여전히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파업이 이어지며 진료현장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의료노조 소속으로 이번 산별 총파업에 참여했던 전국 140개 사업장 중 30여 개 사업장에서 노사간 협상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100여 개 사업장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파업의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사립대병원 중 조합원 비중이 높은 고려대의료원의 긴장감이 높다. 상급종합병원이기도 한 고려대의료원은 고대안암병원, 고대구로병원, 고대안산병원 등 3개 병원이 보건의료노조 소속으로, 전체 조합원 수가 약 4500명에 달한다. 현재 의료원 노조는 사측과 임금인상, 인력 충원 등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해 재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병원 내에서 집회를 개최하는 형태로 파업 방식을 바꿀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고려대의료원 관계자는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파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료현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산하에 평촌·동탄·강남·한강성심병원이 있는 한림대병원은 이날 호후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했다. 당초 한림대의료원 노조는 이날 사측과 교섭이 결렬되면 18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나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립암센터와 아주대의료원,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 중인 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도 파업을 지속 중이다. 아직 진료, 수술 등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평소보다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 중인 만큼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 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주요 병원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총파업에 참여했던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 경희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및 국립중앙의료원은 노사 교섭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해 한시름 돌렸다.
파업에 참여한 주요 사업장 중 가장 관심을 받는 지역은 부산이다. 부산에서는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이 비정규직의 직고용을 요구하며 5일째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직원의 약 80%가 총파업에 참여하는 만큼,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산별 총파업 전부터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키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는 이날 병원 1층 로비 등지에서 비정규직 501명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 임금 10.7%(정부 가이드라인 1.7%) 인상, 인력 160여명 충원 등을 요구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측이 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으면서 장기 파업을 유도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부산대병원 노사는 이날 오후 파업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아 교섭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극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부산 지역 전체의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실제 지역 내 대형 병원 2곳의 파업 이 장기화하면서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등 인근 대형 병원은 물론, 종합병원들로도 응급실 환자가 몰리는 등 파장이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광주·전남에서는 순천 성가롤로병원,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 조선대병원이, 강원에서는 영월의료원 노조가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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