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정부가 대지진 피해와 대통령 선거 비용으로 인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유류비를 3배 인상했다. 이에 소강 국면에 접어들던 튀르키예 인플레이션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무부는 성명을 내고 “유류세를 약 200% 인상한다”며 “이는 2월에 발생한 치명적인 지진과 관련한 재정 수요를 충족하고 재무부가 강력한 현금 보유고를 유지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진으로 인해 1000억 달러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선 이후 부가가치세(VAT)에 이어 이번 유류비까지 전방위적인 세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재집권 후 상품·서비스에 대한 부가세를 2%포인트 인상했다. 재무부는 앞서 재정 안정화를 위해 가장 최근 단행한 유류비 인상에서 휘발유에 대한 세율을 리터당 2.52리라(약 0.1달러)에서 7.52리라로, 경유(디젤유)는 2.05리라에서 7.05리러로 각각 올린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예산을 1조 1200억 리라 증액하는 안이 15일 의회를 통과했다”며 “정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부가세 등 다양한 세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선 5월 대선 기간 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가정용 천연가스를 무상 공급하고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45% 대폭 인상하는 등 정부 지출을 늘리는 등 정부 지출을 확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튀르키예 정부의 재정적자 비중은 지난해 0.9%에서 올해 4.4%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튀르키예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가계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최근 30%대까지 낮아진 인플레이션에 다시 상승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튀르키예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85.51%로 24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가 올해 6월 기준 38.21%까지 하락했다. 튀르키예 코크 대학의 젬 카크마클리 경제학 준교수는 튀르키예의 세금 인상이 연말 60%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디젤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류비 인상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생산과 운송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대규모 식품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