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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강요당하는 딸들…자유 향해 절규하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리뷰

억압적 엄마와 다섯딸 이야기

남성배우 한명도 없어 이색적

어두운 무대에 침묵으로 끝나

폭력에 대한 고민거리 던져줘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한 장면. 사진 제공=빅타이틀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한 마을의 대저택. 다섯 딸이 폭압적인 어머니와 함께 무려 8년째 아버지의 상을 치르고 있다. 어머니는 본인이 그랬듯 딸들이 극도로 절제된 삶을 살길 원한다. 어두운 무대에는 여배우들의 커다란 손뼉 소리만 울려 퍼진다. 한 차례도 웃음은 없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검은 상복을 입은 어머니와 딸들이 대화하고, 절규할 뿐이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다. 2006년 미국 극작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뮤지컬로 선보인 후 2018년 국내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작품은 남편 ‘안토니오’가 죽고 전재산을 상속 받은 부인 ‘베르나르다 알바’가 관습에 따라 8년상을 치르며 딸들이 어떤 구설수에도 오르지 않도록 극도의 절제된 삶을 강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알바는 “여기(알바의 집)에서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라고 말하며 자신의 견고한 성이 평안하고 안정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애쓴다. 이 과정에서 폭력도 난무한다. 알바는 자신이 살아온 대로 전통을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일가족은 큰 딸 앙구스티아스의 약혼남을 두고 벌어진 자매 간 시기와 질투 때문에 파국에 이른다. 전통을 지켜내느라 가족을 지켜내지 못한 셈이다.

이 뮤지컬에서는 우선 남성 배우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점이 눈에 띈다. 알바와 딸들의 이야기이니 당연하겠지만, ‘뮤지컬은 여성과 남성 배우가 등장하는 스토리가 있는 음악극’이라는 전형적인 공식을 깨고도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또 사랑의 속삭임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그려내는 넘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대부분의 음악은 어둡고 한이 서려 있어 마치 스페인 음악 ‘플라멩고’나 포르투갈 민속 음악 ‘파두’ 공연을 보는 듯하다. 군무가 등장할 때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대신 배우들이 직접 왼쪽 가슴을 두드리거나, 손가락을 튕겨 내며 소리를 내는데 이 박자와 리듬이 넘버와 잘 어우러진다.

‘색’이 없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모든 배우들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다. 그러나 어머니를 거역하고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만든 막내 딸은 가끔 초록색 드레스를 가방에서 꺼내거나 흰색 드레스를 입는다. 막내 딸의 반항은 성공했을까. 작품은 ‘침묵’으로 끝난다. 1930년 대가 아닌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폭력의 순환구조가 과연 해결 가능한지, 해결을 위해서 입을 열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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