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사업 관련 자료를 다른 국가와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당국의 단속이 심해진 가운데 이달부터 개정 반간첩법까지 시행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맥킨지·보스턴컨설팅그룹·올리버와이먼 등 미국 컨설팅 기업들은 최근 중국 지사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분리하고 있다. 한 컨설팅 기업 임원은 FT에 자사가 몇 달 전부터 중국용 서버를 구축했으며 직원들에게 중국 e메일 계정을 새로 발급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해외로 가져가는 것도 금지됐다.
유럽 기업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올 봄 실시한 조사에서 500여 개 유럽 기업 중 75%가 중국 지사의 IT 시스템과 사업 데이터를 어느 정도 현지화했다고 답했다. 10%는 다른 국가와의 완전한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상하이 소재 로펌 링크레이터스의 앨릭스 로버츠 변호사는 “(개정 반간첩법이 시행된 후) 스파이 행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현재의 규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 반간첩법은 국가 기밀에 한정했던 간첩 행위의 범위를 국가안전에 관련된 문서로 확대했고 당국의 조사 권한과 처벌 수위도 강화했다.
이 밖에 중국 사이버 당국이 지난해 9월부터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보안 평가를 실시하는 것도 데이터 현지화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샐리 수 주중 영국상공회의소 매니저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기업들은 최대한 위험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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