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만 해도 미국을 찾는 한국인이 여덟 번째로 많았지만 올해 5개월간 4위로 올라섰습니다. 환율·항공편 문제로 아시아 시장의 미국 관광 회복세가 더디기는 하나 빠르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크리스 톰슨(사진) 미국관광청장은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톰슨 청장은 2012년 미국관광청에 합류한 뒤 전 세계 여행자에게 미국을 알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관광)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톰슨 청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엔데믹으로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잦아지고 여행지로 미국을 택하는 경향이 급증하면서 한국을 찾았다.
실제로 미국관광청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올해 5월까지 총 61만 346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6%가량 증가했다. 통상 미국 인바운드의 90%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11개국이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2009년 비자 없이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미국 여행객이 늘었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다가 올해 엔데믹 이후 5개월간 영국·독일·인도 다음으로 가장 많이 미국을 방문한 국가가 된 것이다. 그는 “한국 시장은 인근 국가로 여행하는 경향이라고 하던데 이는 환율과 항공편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며 “환율의 경우 예산, 고객 수요에 맞춘 다양한 여행 상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미국관광청의 높은 관심은 이번 방한에 동행한 미국 회사들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 렌터카 업체 헤르츠와 알라모, 호텔 체인 쿠퍼티노와 힐튼 등 코로나19 이전보다 두 배 더 많은 33곳의 여행·관광 관련 회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내 여행사 관계자들과 만나 최신 관광업 동향 및 상품 정보를 공유했다. 톰슨 청장은 “여행지나 새로운 회사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한국 여행사에 새로운 서비스와 아이디어를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톰슨 청장은 향후 2~3년간 미국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많다고 강조했다. 2026년에는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맞는 데다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개최한다. 한국인들의 야구 사랑을 겨냥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경기도 서울에서 개최한다. 서울 개막전을 시작으로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경기로 한국인의 관심을 끌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엔데믹을 맞아 한국 관광객이 미국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충분하다”며 “미국적인 것을 미국에서 경험할 수 있으므로 지금 당장 예약해 미국 여행을 떠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관광청은 2027년까지 9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로나19가 전인 2019년만 해도 미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8000만 명이었다. 이들이 미국에서 쓰는 금액의 목표치 역시 코로나19 전 대비 400억 달러 더 높게 설정했다. 미국관광청으로서는 목표 달성이 어렵지만은 않다. 인바운드의 절반가량이 캐나다·멕시코에서 나오고 이들 국가의 미국 방문객은 이미 90%가량 회복됐다. 다만 미국 역시 주요 인바운드 국가 중 하나였던 중국에서 단체관광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만큼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완전한 회복이 쉽지 않다.
그는 “중국 관광객이 지출액 기준으로 단연코 1위였으나 지금은 개별 관광객이 서울·도쿄를 경유해 미국에 와야 하기 때문에 아직 성장세가 더디다”며 “각 시장의 잠재력에 맞게 맞춤형 전략을 짜고 관련 마케팅 채널 등을 활용해 인바운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톰슨 청장은 “관광은 여행 경험을 수출하고 많은 사람이 현지에서 지출해 전체 경제의 1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라며 “한미 양국의 공조로 양국 국민들이 서로 활발하게 여행하는 관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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