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가 ‘주 7일 배송’ 시행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쿠팡에 맞서 e커머스 업계 및 판매자(셀러)들이 주 7일 당일배송을 선호하고 있어 택배업계로서는 고객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 7일 배송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이 업무량 증가를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택배업계에 주 7일 배송이 안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전자청원에 ‘택배기사들의 휴식권 보장 및 과로사 방지 대책 촉구’의 청원글이 올라와 서명을 받고 있다. 본인을 택배기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주요 택배사들이 주 7일 배송제를 시행하면서 택배기사들의 과로와 휴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며 “택배기사의 휴식권을 보장하고 과로사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이날 기준 2만여 명이 서명했다.
택배기사들이 국회 청원까지 나선 데는 택배회사들이 주 7일 배송을 검토·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최초로 CJ대한통운이 올해 1월 주7일 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한진은 이달 27일부터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주 7일 배송을 시범 운영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21일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의 수요가 있다면 주 7일 배송을 할 수 있다며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택배회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는커녕 현상 유지를 위해서라도 주 7일 배송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로켓배송으로 빠르게 성장한 쿠팡에 맞서 네이버, SSG닷컴, G마켓 등에서도 최근 당일배송, 휴일배송 등을 강화하고 있다. 택배회사들이 이들을 고객사로 계속 확보하려면 주 7일 배송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물동량 기준 쿠팡(37.6%)에 이어 2위를 차지한 CJ대한통운(27.6%)이 주 7일 배송을 도입하면서 3위권인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쇼핑, 네이버 입점한 셀러 등을 중심으로 주 7일 배송이 가능한 택배회사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금의 시장점유율에서 더 떨어지지 않으려면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인력, 근무제도 등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 7일 배송이 시행된다는 점이다.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에서 활동하는 택배기사는 각각 1만여 명으로 CJ대한통운(2만 3000여 명)보다 절반가량 적다. 추가 인력 투입 없이 기존 인력만으로 주 7일 배송을 하게 되면 택배기사 한 명이 맡는 담당권역, 물동량은 증가하게 된다.
택배회사 가운데 먼저 주 7일 배송에 뛰어든 CJ대한통운 역시 고민은 깊다.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과 단계적 주 5일 근무 구축, 추가 수당 등을 약속하고 신세계그룹을 중심으로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 근무수당, 물류창고 운영비용 등이 늘어 주 7일 배송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CJ대한통운의 올해 1분기 택배 부문 매출이 6.8% 줄어든 8735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제품이 당일, 휴일에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소비자와 셀러도 상품의 종류에 따라 택배회사를 다르게 선택하고 배송 품질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조성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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