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노숙자에게 옷을 벗어줄 정도로 평생 나눔의 삶을 실천해 온 70대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19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달 8일 고려대구로병원에서 홍남선(75) 씨가 뇌사 판정을 받고 간장을 기증해 1명을 살리고,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여 명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홍 씨는 지난 7월 6일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어지러움을 호소한 후 쓰러졌다. 즉각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상태가 됐다. 홍 씨의 가족들은 큰 슬픔에 빠졌지만, 평소 누군가 살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기증을 하고 싶다던 홍 씨의 생전 뜻을 이뤄주기 위해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에 동의했다고 한다.
가족들에 따르면 전남 담양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홍 씨는 밝고 활동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는 따뜻한 성품으로, 월급날이 되면 주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식사와 옷을 사주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추운 겨울이 되면 추위에 떠는 노숙자에게 자기 옷을 벗어줬다며 노숙자의 옷을 입고 오기도 했다.
홍 씨의 조카 이재민 씨는 “저에게는 아빠와 같았던 이모부.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셨기에 마지막도 누군가를 살리고 가시나 봐요. 하늘나라에서는 편하게 즐겁게 계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 남을 위해 생명을 살리는 기증이라는 결심을 내려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가족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뇌사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이 순간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분들에게 희망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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