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조기출산 위험에 처한 임신부가 병상 부족으로 소방헬기를 타고 전북까지 긴급 이송됐다.
임신 34주 차인 고모(34) 씨는 지난 25일 오전 9시30분쯤 조기 산통을 호소하며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고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27일 밝혔다.
당시 고 씨가 찾은 병원은 신생아 집중치료실 병상 15개가 모두 차버린 상태였다. 게다가 대기 중인 산모도 많아 도내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소방본부 119항공대는 고 씨 부부를 소방헬기 '한라매'에 태워 잔여 병상이 있는 전북대학교 병원까지 긴급 이송했다. 고 씨 부부는 헬기를 타고 약 1시간 20분을 날아 330km 떨어진 전북대학교병원에 도착했다. 현재 고 씨는 안정을 취하며 자연분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소방대원들의 노고가 빛을 발했다. 당시 제주에는 호우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소방대원들은 산모와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애썼다. 또 헬기의 소음과 진동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지자 소방대원들은 스케치북을 이용해 남은 비행시간을 알려주는 등 산모를 안정시켰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조산 탓에 산모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고 아이 몸무게가 1.85㎏ 불과한 긴급 상황이었다”며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고 씨의 남편은 “우리 깡총이(태명)는 3년간 시험관을 통해 어렵게 얻은 아이”라며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일을 겪었다. 소방관분들의 대처에 큰 감동을 하였고,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도에서는 고 씨와 비슷한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도내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낳을 곳이 부족한 탓이다. 2년 전에도 26주차 쌍둥이 임신부가 신생아 중환자실이 부족해 부산대 병원까지 헬기로 이송된 바 있다. 특히 분만 시설이 1곳 밖에 없는 서귀포시에서는 임신부 분만 통증으로 인해 119가 출동한 경우가 2020~2022년 3년간 16건에 달했다.
이와 관련 서귀포소방서는 구급지도의사를 초빙해 구대원들을 대상으로 응급분만 특별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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