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가석방된 무기수가 11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평균 20여 명에 가까운 수치다. 무기수에 대한 가석방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대상자가 없거나 한두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11명을 시작으로 2018년 40명에 이어 2019년 14명의 무기수가 풀려나는 등 해마다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자유의 몸’이 되는 무기수들이 통상 살인 등을 저지른 흉악범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현행법상 무기수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유기수보다 가석방 대상에 오르기 쉬운 구조를 지닌다. 형법 제72조(가석방의 조건)에 따르면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 단 유기수의 경우 남은 형기가 10년을 초과하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형법상 최고형은 30년이지만 형을 가중할 때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즉 무기수는 형기가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으나 40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30년 이상 가석방 대상에 선정되지 못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32)이 1심에서 40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바뀐 게 역설적이게도 그의 가석방 가능성만 높여준 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형제는 이미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1997년 12월 이후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이 확정된 것도 2016년 일반전초(GOP)에서 동료 5명을 살해한 임 모 병장이 마지막이었으나 ‘신림동 묻지 마 살인’ 등 흉악 범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 선고만 거듭된다면 ‘깨진 유리창 효과’로 인해 흉악 범죄만 늘면서 국민 불안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 법조·정치권 안팎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에 대해 “취지에 공감한다.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점도 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누구나 살해 등 흉악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지속되면 공포로 커질 수 있다. 특히 최소한의 제어장치조차 없다면 공포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미 사형제도 자체의 존재 이유조차 퇴색된 현재, 필요한 건 흉악 범죄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발생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이 존재하면 좋겠으나 이는 상상 속 영역에서나 가능하다. 정부가 현실 속에서 알맞은 대안을 찾을 때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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