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직고용 문제로 촉발되어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던 부산대병원 파업 사태가 20일째인 1일 오후 노사 간 극적인 협상타결로 일단락됐다. 이르면 2일부터 부산대병원 본원과 양산부산대병원 진료가 정상화할 전망이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부산대병원 노사는 차정인 병원 이사장 겸 부산대 총장이 내놓은 중재안과 함께 파업 종료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부산대병원 노사는 전일 오후 6시께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마라톤 협상을 진행한 데 이어 이날 오전 9시께부터 연속 협상을 벌였다. 병원장과 지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차 협의를 진행한 끝에 오후 4시쯤 극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하고 중재합의안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마련된 중재안은 주요 쟁점사항이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비롯해 △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과 안전한 병원 만들기 △임금인상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우선 노사간 입장차가 가장 극명하게 갈렸던 '비정규직의 직고용' 문제의 경우, 양측이 한발씩 물러섰다. 이들은 시설 용역직 171명을 오는 2024년 3월 1일자로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보안, 미화, 주차 용역직 330명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되 다른 국립대병원 동일 직군 평균 이상의 처우를 보장 받은 상황이다. 그간 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사업장의 경우 직고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2017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용역업체에 소속된 미화·시설·주차·경비 등 비정규 직원 501명의 직고용을 요구해 왔다. 현재 14개 국립대병원 중 직고용을 완료하지 않은 곳은 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는 이유에서다.
그 밖에 △의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한 대리처방 금지 △환자 신체부위를 비롯한 개인정보 전송 금지 등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조치 △병동별·중환자실 간호인력 84명 충원 △부서별 부족인력 168명 충원을 위한 기재부 승인 절차를 추진해 인력 확충 △임금 총액 1.7% 인상 △자동승진제 개선 △야간간호료 90%를 야간근무자에게 직접 지급 등이 중재안에 포함됐다.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3~14일 이틀간 진행한 총파업 종료를 선언한 이후에도 파업을 지속하면서 역대 최장기간인 20일을 끌었다. 이들 병원 2곳은 국립대병원 중 조합원이 가장 많다. 전 직원의 약 80%가 총파업에 참여하면서 병원 측은 산별 총파업 전부터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키는 등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2개 사업장 외에도 시설·미화·주차·보안 직종 조합원들이 소속된 부산대병원비정규직지부 5개 사업장에서 2300여 명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한달 가까이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응급·분만·중환자 치료·투석 등의 필수의료 기능만 겨우 유지해 왔는데, 파업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항암치료 중단에 따른 암 환자와 보호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지방자치단체를 향한 환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박수은 부산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전 부산대어린이병원장)는 지난주부터 '부디 어린이환자 곁으로 돌아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1인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노조 측은 오후 5시부터 중재안을 파업 조합원에게 설명하고 의견 수렴과 대의원 논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노조 대의원대회를 통해 과반수 찬성(찬반 투표)을 받으면 통과된다. 노사는 각각 내부 절차를 걸쳐 2023년 임단협 교섭에 대해 최종 합의를 발표할 예정이다. 파업 철회로 노조가 2일부터 업무복귀를 예고하면서 부산대병원 본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의 진료도 차츰 정상화될 전망이다. 오랜 파업에 고통 받았던 환자와 보호자들도 한시름 놓게 됐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파업으로 인해서 부산, 경남 시민께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병원 정상화하고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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