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 난동’ 사건 당시 상황이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확산한 가운데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들에게 지혈을 해주는 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들 도망치기에 바빴지만 쓰러진 피해자에게 다가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등 시민 정신을 발휘한 주인공은 바로 18살의 고등학생이었다.
3일 조선닷컴은 사건 현장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피해자를 지혈해준 윤도일(18)군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윤 군은 “친한 형과 함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면서 뛰어가고,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까지 도망치는 상황이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싸움이 난 것 같아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사건 현장으로 갔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목격한 것은 10대로 보이는 소녀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미 그때는 칼을 든 범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윤군은 곧바로 뛰어가 피해자의 지혈을 시도했다. 그는 “처음에는 주변에 (피해자 외에) 아무도 없었고, 지혈하는데 상처에서 피가 너무 많이 나와 좀 무서웠다”고 전했다. 그가 먼저 피해자를 돕자 다른 남성들도 합류했다고 한다.
그가 최선을 다해 지혈을 하던 사이 경찰과 구급대원이 도착했고 “이제 손을 떼 달라”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군은 “구급대원들이 응급조치하는 걸 보니 피해자의 상처가 심한 것 같았다”며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피가 너무 많이 나고 있었기에 무섭지 않았을까? 그는 “다들 멈칫하는 상황이었긴 했다”며 “또래로 보이는 피해자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
한편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59분쯤 분당선 서현역 AK플라자 인근에서 “어떤 남자가 사람들을 찌르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6시 5분쯤 20대 A씨를 현행범으로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자신의 경차를 몰고 서현역 역사 앞 인도로 돌진해 지나가던 행인들을 들이받은 후 차에서 내려 쇼핑몰 1, 2층을 돌아다니며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면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검은색 선글라스 쓰는 등 어두운 계열의 옷차림을 한 A씨는 쇼핑몰에서 한 여성의 뒤를 쫓아갔다. 도망가던 여성이 방향을 틀자 A씨는 다른 남성의 등을 향해 흉기를 든 손을 내밀었다. A씨는 불특정 다수를 노린 ‘묻지마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A씨가 휘두른 흉기에 9명의 시민이 다쳤으며 4명의 시민이 차량에 치어 부상당했다. 이중 차량에 치인 60대 여성 피해자는 당초 심정지 상태였다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소생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가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A씨는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경찰에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와 범행동기 등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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