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는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모방 범죄 가능성에 대해 “수법은 얼마든지 모방할 수 있다. 충분히 어떤 동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정보, 트리거가 될 수 있는데 전적으로 신림역 사건을 모방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신림역 사건은 개인적인 취약성이 영향을 많이 줘서 피해자가 모두 남성이었다. 그런데 (분당 서현역 사건) 양상을 보면 그야말로 무차별적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널리 보면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의 모방 범죄지만 서현역 사건 피의자의 정신 상태는 신림역 사건 피의자와 다르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씨와 그의 가족들의 진술에 따르면 최 씨는 대인기피증으로 고등학교를 1년도 채 다니지 못한 채 자퇴했다.
경찰이 확인한 병원 기록에 따르면 최 씨는 2015년~2020년 2개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으며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이어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이후 최근 3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현재까지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던 최씨는 자신을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망상에 빠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최 씨에 대해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치밀하게 최단거리 동선을 선택하면서 다수의 인명 살상을 일으키는 계획범죄를 저지르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 씨는 지난 2일 대형 마트에서 흉기 2점을 구매하는 등 범행을 준비했고 이튿날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끌고 범행 장소인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 인도로 돌진했다. 보행자를 들이받고 차량이 더는 움직이지 않자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향해 시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 교수는 “흉기도 사전에 미리 준비했고, 목격자들에 따르면 도주 하면서도 흉기를 휘둘렀다는데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들은 현장에 흉기를 떨어뜨리고 가는 경우들이 다수 존재한다. 아니면 본인이 직접 끝까지 갖고 있다가 현장에서 검거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 씨는) 도주하는 와중에 화분 뒤에 흉기를 은닉했다는 목격 진술이 있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붙잡힌 최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갑자기 꾸며낸 거짓말 아닌지 의심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최 씨가 범행 당시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티셔츠에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쓴 점은 “분열성 성격장애와 연관성 있는 특성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분열성 성격장애는 사회적으로 전혀 어울릴 수 없다. 굉장히 은둔해 아주 비밀리에 자기 세상에 갇혀 지내는 사람일 개연성이 높다. 그런 사람들은 화려한 옷이나 자신을 드러내는 옷들을 입지 않는다”며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봐 (최 씨가) 변장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 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 55분께 경차로 서현역 인근 인도에 돌진해 보행자 다수를 치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진입해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교통사고 5명, 흉기 피해 9명 등 14명이 다쳤다. 현재 피해자 12명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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