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스카우트연맹이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비우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속하면서 새만금에 거센 강풍과 많은 양의 비가 예보되자 안전을 우려해 부랴부랴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잼버리는 그간 화장실·그늘막 부족 등 각종 인프라 문제와 폭염 이슈로 각종 논란에 시달리다 최근 재계와 종교계 등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봉합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참가자들은 태풍에 의해 조기에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게 됐다.
7일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8일 오전 10시부터 버스 총 1000대 이상을 동원해 순차적으로 156개국 3만 6000여 명이 비상 대피할 것”이라면서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지 않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행정기관 및 민간의 교육 시설을 최대한 확보해 대원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숙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원들의 숙영지였던 새만금 야영지는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
이번 대피 계획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잼버리 영지 내 태풍 영향을 우려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마련됐다. 세계연맹 및 각국 대표단의 우려와 요청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강한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예보되면서 새만금 야영지 내 숙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만금을 떠난 잼버리 참가자들은 서울로 이동해 문화 체험 등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잼버리 참가자들이 서울 시내 대학교 기숙사와 각종 공기업 및 민간 기업 연수 시설, 구청에서 보유한 체육관 등에서 머무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원이 많은 데다 급작스럽게 일정이 변경되면서 조직위 및 서울 등 지자체 관계자들은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이후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후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잼버리 참가자 모두가 내일 퇴소 개념으로 새만금 야영지를 빠져나가면 새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려 한다”며 “현재 플랜B를 검토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기존까지도 영지 밖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해왔듯이, 프로그램을 지자체와 같이 계획하면 잼버리의 개념이 더 넓어진다고 볼 수 있다”면서 “새만금에서는 퇴소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잼버리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대한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자체가 적극 협조하는 부분도 있지만 비용은 정부가 전적으로 부담한다는 책임을 갖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숙소 문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김 본부장은 3만 6000여 명이라는 대규모 참가자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가 확보됐냐는 질문에 “많은 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확인을 더 해야 한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구체적으로는 정확히 말씀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와 조직위 측이 서로 엇박자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이날 서울시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숙소를 구하지 못해 일반 시민들에게 홈스테이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이에 대해 김 장관은 “그런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기본적으로 숙박 시설과 체육관 등 대규모 시설을 찾고 있지만 혹시 자원봉사 차원에서 홈스테이를 할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홈스테이 모집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시는 홈스테이 모집 문자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각 구청에 정정 문자를 요청하고 “호텔, 기숙사, 홈스테이, 공공시설 등 여러가지 유형을 수용인원 확인차 조사했으나, 충분한 숙소가 확보되어 홈스테이는 제외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에 영지 내에 함께 모여 있던 잼버리 참가자들이 서울 전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면 인원과 시설, 안전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숙소를 구하면서 필요한 숙식 문제나 의료 문제, 안전 문제 등을 종합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일 퇴소하게 되면 야영지에 남은 장비들도 태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모두 철거하는 등 매뉴얼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잼버리의 하이라이트로 내세웠던 K팝 공연 역시 무대에 오를 가수가 아직 확보되지 못한 상태다. 김 장관은 “태풍 카눈의 한반도 통과 예보로 K팝 콘서트 공연 계획도 자연 재난 비상대피계획 속에서 여러 사안을 정밀하게 점검하고 있다”며 “플랜B를 검토할 수밖에 없으며 세계연맹 측의 체류 지역 등을 고려해 콘서트 장소로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K팝 콘서트는 6일 밤 새만금 영지 내 대집회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는데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발생 우려에 따라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시간과 장소가 이미 한 차례 조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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