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이후 72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한 제6호 태풍 ‘카눈’의 여파로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철도 운행과 항공·여객선 운항도 중단돼 전국이 마비됐다. 하지만 카눈은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세력이 점차 약해져 예상보다 피해 규모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20분 거제도에 상륙한 뒤 수도권을 지나 약 15시간 만에 북한으로 가기까지 시속 25㎞로 매우 느리게 한반도 전역을 관통해 전국을 긴장시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16개 시도에서 1만 4153명이 긴급 대피했고 도로 620곳, 둔치 주차장 284곳, 하천 주변 598곳, 해안가 198곳 등이 태풍 피해를 우려해 사전에 통제됐다.
항공·여객선 운항과 철도 운행도 줄줄이 중단되면서 전 국민의 발이 묶였다. 중대본이 집계한 항공기 결항은 14개 공항의 355편이다. 여객선 102개 항로 154척과 도선 76개 항로 92척의 운항 역시 중단됐다. 철도는 이날 첫차부터 고속열차 161회, 일반열차 251회, 전동열차 44회의 운행이 중지됐다. 학업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대구에서는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 또한 발생했다.
다만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상하는 과정에서 태풍의 세력이 약해진 덕분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우리나라 내륙 쪽으로 오랫동안 느리게 이동하는 와중에 해상에서 열과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해 세력을 확장하지 못했다. 산지 등 복잡한 지형에 태풍의 소용돌이가 부딪히면서 풍속도 약해졌다. 카눈은 11일 북한으로 넘어간 뒤 12일께 온대저기압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상민 중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등 18개 관계 부처와 17개 시도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태풍이 우리나라를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전 기관은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고 재난 상황을 접수하면 기관장에게 직보해 기관장 중심으로 상황에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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