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을 관통하면서 전국을 할퀴고 지나간 제6호 태풍 카눈이 서울을 통과한 후 11일 북한으로 넘어갔지만 아직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풍은 지나갔지만 새로운 비구름대가 만들어지면서 수도권 등 중부 지역에는 당분간 계속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동남동쪽 약 30㎞ 부근을 지나면서 많은 비를 뿌린 뒤 11일 새벽 3시쯤 북한으로 이동해 북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눈이 북한으로 넘어가버린 후에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수 있다. 11일부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대부분 지역에 비가 그치겠지만 수도권과 강원영서 북부 지역에는 이날 낮까지도 비가 계속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북서부에는 12일 새벽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바람도 평소보다 강하게 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이동 경로에 따라 강풍 경보 등도 서서히 해제되겠으나 이후에도 강풍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은 계속 존재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는 11일 새벽까지 장대비가 내릴 수 있다. 태풍은 북한으로 이동했지만 그 아랫단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습윤한 공기와 충돌하며 비구름대가 새로 만들어진 탓이다. 이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는 새벽 시간대 강한 비가 한 차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빗줄기는 점차 약해지겠다. 비는 11일 오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리겠지만 차츰 약화되면서 그칠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북한으로 넘어간 지 얼마 안 된 새벽 시간대에 비구름대가 형성되면서 강한 비가 내릴 수 있겠으나 오후부터는 강소 구름대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일까지 이틀간 예상 강수량은 강원영동 100~200㎜(많은 곳 300㎜ 이상), 강원영서·수도권·서해5도 50~150㎜, 충청·전북·대구·경북 50~100㎜(많은 곳 200㎜ 이상), 전남동부 30~80㎜(많은 곳 100㎜ 이상), 광주·전남서부 10~60㎜, 부산·울산·경남 50~150㎜, 울릉도·독도 20~60㎜, 제주 5~10㎜ 등이다.
카눈은 북한으로 북상한 후 열대저기압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오랫동안 우리나라 내륙을 타고 느리게 이동해오면서 해상에서 열과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해 세력이 확장하기 어려워진 데다 산지 등 복잡한 지형에 태풍 소용돌이가 부딪히면서 세력이 약해진 탓이다. 다만 서쪽에 있는 상층 기압부 흐름에 따라 북한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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