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고등학생 A 군이 5월 독일에서 팬케이크 조리용 기계 안에 숨긴 7억 원 상당의 마약류 케타민을 국제 화물로 몰래 밀반입하려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적발됐다. A 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게 된 B 군을 유통책으로 부리며 사실상 마약 총책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뿐 아니라 최근 잇따라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10대로 밝혀지면서 마약과 살인 예고 글 등 10대 청소년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3~7월 5개월간 상반기 마약류 사범 집중 단속을 벌여 총 1만 316명을 검거하고 이 중 1543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검거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6301명) 대비 63.7%, 구속 인원은 전년(801명) 대비 2배 늘었다. 특히 10대 청소년 마약사범의 증가세가 가팔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월 기준 10대 사범 수는 602명으로 벌써 전년 전체 인원(294명)의 두 배를 넘겼다. 국수본 관계자는 “10대의 경우 마약 성분이 포함된 다이어트약 펜터민 구매와 재판매 사례가 대부분”이라면서도 “최근에는 유통 범죄 가담 사례까지 적발되고 있는 만큼 청소년을 상대로 한 예방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에 익숙한 10대들이 SNS를 통해 범죄에 쉽게 노출되면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 신림동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 상당수가 미성년자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수본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살인 예고 글 354건을 확인해 작성자 14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47.7%인 71명이 10대였다.
한 여중생은 10일 인스타그램에 광주 특정 지역을 언급하며 “다 죽여드립니다, 칼부림”이라고 적고 칼을 들고 있는 사진을 첨부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비공개 계정이라 친구들만 볼 것으로 생각하고 장난삼아 게시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10대 범죄를 예방하고자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범죄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소년 범죄 예방과 학교폭력 대응, 위기 청소년 선도 보호 등 분야별 SPO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10대 마약사범 방지를 위한 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교육부와 합동 워크숍 등을 통해 청소년 범죄 현장 대응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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