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유럽·대만 등 반도체 주요 기업의 올해 반도체 설비투자 금액이 4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재고자산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위축된 탓이다.
미국·유럽·한국·대만·일본의 반도체 기업 10곳의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반도체 주요 기업 10곳의 투자 설비 규모는 지난해 대비 16% 줄어든 1220억 달러(약 163조 원)에 그칠 것”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전년 대비 투자 규모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투자 감소 폭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기업에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 등이 포함됐다. 분야별로 보면 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해 대비 투자 규모가 44% 줄어 감소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비메모리반도체 설비투자 역시 14% 축소될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업계가 설비투자 감소에 나선 것은 반도체 공급과잉 현상이 계속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와 D램 반도체의 경우 이달 들어 가격이 전년 대비 40% 넘게 하락했다. 지난 달 말 주요 9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난 889억 달러(약 119조 원)에 달했다. 특히 반도체 분야가 호황이었던 2020년 6월과 비교했을 때는 70%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재고 수준을 낮추기 위해 감산에 나섰다. 미국 마이크론은 웨이퍼 투자를 축소하면서 설비투자를 40%가량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감산 폭을 최대 10% 늘려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축한다. 이 외에도 대만의 TSMC, 일본의 기옥시아를 비롯해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웨스턴디지털 등이 설비투자 축소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닛케이는 “미중 간 기술 패권 다툼의 여파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투자를 앞당긴 결과 현재 투자 설비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드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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