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를 딱 한 잔만 시켜놓은 뒤 온종일 자리를 차지하는 일명 ‘카공족(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는 사람)’에 고심하던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묘안’을 내놓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큰 결단을 내린 이디야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한 장 게재됐다. 사진 속에는 ‘3시간 이상 이용 시 추가 주문 필요’라는 안내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다. 그 아래에는 “장시간 매장 이용 시 추가주문 부탁드립니다. 고객님의 넓은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있다.
이는 이디야커피 본사 차원의 정책은 아니다. 카공족이 몰리는 특정 매장에 한해 궁여지책으로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디야커피 측도 특정 매장에서 재량껏 운영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매장의 이 정책은 네티즌들에게도 공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3시간이면 가성비 좋은 편”, “카공족들 정말 너무한다”, “저렇게 하면 오히려 ‘3시간은 채우고 가자’라고 생각할 사람 있을까봐 걱정”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카공족을 향한 부정적 인식은 그간의 ‘민폐’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월15일에는 한 대학가의 카페에서 9시간 이상 머문 학생 2명의 사연이 네이버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통해 알려졌다. 이들은 번갈아 잠을 자고 외부 음식을 먹으며 영업을 방해했다.
같은 달 7일에는 프린터 기계까지 가져와 2시간 동안 자리를 차지한 손님도 있었다. 해당 매장의 업주는 “주차하고 음료 두 잔 주문하고 2시간 동안 테이블 3개 점령하시고 개인 전화는 물론 업무통화를 연속으로 걸어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고 황당해했다.
게다가 지난 3월에는 개인 멀티탭까지 챙겨와 노트북과 휴대전화·태블릿PC 등 여러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카공족은 골칫거리다. 가격대가 낮은 커피 한 잔을 주문한 후 카페에 장시간 앉아있으면 회전율이 낮아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기료가 올라 카공족이 매출에 더욱 지장을 준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에 일부 업주들 사이에서는 카공족을 내보내기 위한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카공족을 내쫓기 위해 에어컨 온도를 더 낮춰서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방법은 카공족을 내보내는 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카공족을 빨리 내보내고자 ‘이용시간 제한’, ‘콘센트 막아두기’ 등을 진행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종각역 근처의 한 카페는 카공족 출입을 막기 위해 콘센트를 막아 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카페의 회전율과 이익에 피해를 주지 않는 ‘최대 이용 시간’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결과 4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의 손익분기점은 1시간 42분으로 나타났다.
비(非)프랜차이즈 카페의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8개 테이블 △테이크아웃 비율 29% △하루 12시간 영업하는 가게로 가정했을 때 수치다.
즉 음료 한 잔을 시킨 뒤 3~4시간 넘게 자리에 앉아있는 손님의 경우 업장 매출과 회전율에 손해를 끼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2009년 9월 카공족의 장시간 체류에 제동을 거는 대법원 판례가 있어 주목된다. 대법원은 "장시간 좌석 체류는 카페 업무를 현저하게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로 영업방해(업무방해)로 여겨져 처벌될 여지가 있다"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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