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등산로에서 대낮에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 최윤종(30·구속)의 신상 공개가 이날 결정된 가운데 경찰은 최 씨가 범행을 저지른 지역을 비롯해 인근 등산로 일대를 매일 순찰하면서 치안 강화에 힘쓰고 있다.
23일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 10명으로 구성된 산악순찰대는 2인 1조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 휴식 시간 없이 관악구 일대 산악 둘레길을 매일 점검하고 있다. 거동이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살피거나, CCTV가 없는 좁은 비탈길 등 사각지대를 순찰하고, 나홀로 등산객들에게 안전 활동을 계도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임무다.
이들이 순찰하는 둘레길은 모두 5개 코스로 나눠져 있다. 산악순찰대는 이 코스와 연결된 사잇길도 함께 점검하면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비가 세차게 퍼붓는 날씨에도 남색 경찰 외근조끼에 삼단봉, 무전기 등을 장착한 채 덤덤히 순찰에 나선 김정욱 관악서 미성파출소 경장은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이 활동에 자원했다”고 밝히면서 “부담도 있고, 힘든 점도 있지만, 주민들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면 보람찬 업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순찰 시 총기 소지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총이 없어도) 지구대와 파출소에 필요한 장비들이 다 있으므로 안전에 유의해서 순찰을 돌겠다”고 답했다.
산악순찰대에 지원한 인력은 모두 젊은 나잇대의 지역경찰들로, 관악경찰서 소속 9개 지구대 및 파출소 직원으로 확인됐다. 산악순찰대가 만들어진 건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수락산 여성 등산객 살인 사건을 계기로 약 3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다만, 경찰의 이 같은 역할은 한시적으로만 운영된다. 이후에는 구청에서 실시하는 공원 안전 지킴이, 공공근로자, 민간 자율방범대 등 기타 협력단체들이 활동을 이어간다. 박인구 관악서 112상황실장은 “현재 산악순찰대를 10명 운영하고는 있지만 사실 이것도 우리 서에서는 부담스러운 인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운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결국 경찰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지역 주민, 자치단체, 민간 협력 단체 등이 다 같이 논의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시는 자치구별 전수 조사를 즉시 추진해 공원과 등산로 등에 CCTV 설치를 확대해 범죄 사각지대를 줄이는 한편, 사람이 쓰러졌을 때 이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지능형 CCTV’도 보급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경찰이 출동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CCTV가 없는 곳을 범행 장소로 정했다는 관악산 살인 피의자 발언은 CCTV 설치와 순찰을 통한 사각지대 해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자치구별 전수조사를 즉시 추진해 공원·등산로에 CCTV를 신속히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24년까지 모든 지하철 객실 내에 CCTV를 설치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지하철보안관은 범죄 순찰과 예방 업무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