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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완화·엔저·임금인상 '3박자'…'25년 저성장' 악순환 끊나

■日 "탈디플레 전환점" 선언

2분기 성장률 연율 기준 6% 달성

소비자물가 16개월 연속 2% 이상

임금 인상률도 30년 만에 최고

종식에는 선그어 "동향 확인해야"





일본 정부가 30여 년간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곧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2분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6%를 기록한 데다 소비자물가와 임금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고질적인 저물가 상태를 탈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임금 인상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되기 전까지 ‘완전한 탈출’ ‘종식’을 선언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일본 내각부는 29일 공표한 ‘2023년도 경제 재정 보고(경제재정백서)’에서 “물가와 임금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일본 경제가 전환점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고토 시게유키 경제재정담당상은 이날 국무회의에 제출한 백서에서 “수입 가격 인상을 계기로 물가가 오르고 춘투로 올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도 이뤄졌다”며 “일본의 물가와 임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기회가 오고 있다”며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플레이션은 일본에 25년간 저성장의 악순환을 초래한 수렁이다.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지속적인 자산가치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이 심화해 기업의 신규 투자가 정체되고 임금 인상이 억제되며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었다. 그러나 역동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일본 경제가 정부 주도의 대규모 금융 완화와 엔저, 임금 인상 정책 등이 소비와 투자 회복세로 연결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도 함께 뛴 상황이다. 일본의 7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3.1%를 기록해 일본은행(BOJ)의 목표치(2%)를 16개월 연속 웃돌았다. 3%대 상승률은 11개월째 이어졌다. 서비스물가 부문에서도 낙관적인 진단을 내놓았다. 백서는 “인플레이션 추세를 결정할 때 내수와 임금을 더 생생하게 반영하는 ‘서비스 가격’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비스물가는 여전히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금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일본 재계와 노동계의 임금 협상인 춘투에서 올해 임금 인상률 역시 30년 만에 최고 수준(3.58%)을 기록했다. 6월 현금 급여 총액도 전년 동월 대비 2.3% 오르는 등 명목임금에 반영되고 있다. 백서는 고물가 대응과 노동 수급의 압박도 임금을 끌어올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종식’을 공식 선언하지 않았다. 서비스 가격 인상 품목이 늘었지만 상승 속도가 더뎌 ‘탈(脫)디플레이션’의 확실한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서는 “물가 동향의 지속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은 물가가 지속적인 하락에서 벗어나 그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상태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는 변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사회 통념이 바뀌어야 기업이 비용을 유연하게 가격에 반영하고 설비투자와 임금 인상의 여력을 확보하기가 쉬워진다”며 “임금 인상의 요인이 되는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건전한 시장경제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의 종식을 위해 일본은행(BOJ)과의 긴밀한 제휴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 정부와 일은은 2013년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조기 탈각과 지속적인 경제 성장의 실현을 위해 2% 물가 목표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구마노 히데오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내년 4월 이후 정부가 디플레이션 종식 선언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며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형태로 2% 물가 목표가 지속·안정적으로 실현되면 (디플레이션) 출구를 전망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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