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 교육청의 ‘퍼주기’가 도를 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630억 원을 들여 중학교 신입생에게 태블릿PC를 무상 지급했다. 올해에는 초중고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20만~30만 원의 입학 준비금까지 나눠줬다. 광주시교육청도 올해 관내 초중고 입학 신입생 4만 2000명에게 104억 원의 입학 준비금을 지급했다. 인천시교육청 역시 초등학생 6학년과 중고교 신입생 8만 3000명에게 1029억 원의 예산을 들여 노트북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기형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초래한 예산 낭비 사례다.
이는 초중등 교육 지원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교부금은 2015년에 39조여 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올라 2021년에는 6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80조 원까지 돌파했다.
시·도 교육청의 예산 낭비와 정부 지원 부족에 허덕이는 대학의 현실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우리나라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3749달러(2019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617달러)의 143%에 달할 정도로 많다. 반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 1287달러로 OECD 평균(1만 7559달러)의 64.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1971년 12월 28일에 제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정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교부금법은 초중고 학생 증가에 맞춰 서른여덟 번의 보완 개정을 거쳤다. 해당 연도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을 교부금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명시한 제3조 2항도 마찬가지다. 1972년에 내국세 총액의 11.8%를 교부금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규정은 13.0%(2001년), 19.4%(2005년), 20.0%(2008년), 20.79%(2020년) 등으로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내국세의 20%가 넘는 금액을 전국 시·도 교육청에 배정하는 사이 국내 연간 출생아 수는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교부금법 적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법 제정 당시인 1971년 102만 명에 달하던 한 해 출생아 수는 지난해 25만 명 아래로 떨어져 4분의 1 토막 났다.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학령인구 역시 앞으로 가파른 감소가 불가피하다.
내국세의 20.9%와 교육세를 통해 마련하는 교부금 제도를 수술해 대학에도 정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교부금법 개정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예산에 교부금으로 편성해야 할 교육세 중 1조 5000억 원을 고등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회계를 신설한 것이 전부다.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만 골몰해 효율적인 교육교부금 편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전국 시·도 교육감들의 카르텔이다. 교육감들은 정부가 중등교육에만 투입하도록 한 교부금을 대학에 이어 어린이집에도 지원하려 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6월 “지난해에 이미 귀중한 예산 1조 5000억 원을 대학생 형과 언니들에게 양보했던 초중등 학생에게 이번에는 동생에게까지 양보하라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남아도는 중등교육 예산을 대학과 어린이집에도 나눠 교육 환경의 균형을 꾀하려는 계획을 초중고교 학생의 것을 빼앗으려 한다는 프레임으로 왜곡시킨 셈이다. 하루빨리 일선 교육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 카르텔을 깨뜨려야 하는 이유다. 일선 교육감들의 카르텔 혁파를 교육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중등교육을 책임지는 일선 교육감들은 철저한 반성을 통해 교육 재정 전체를 살펴야 할 때다. 전 세계가 첨단산업에 대한 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연간 75조 원(올해 기준)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을 초중고 교육에만 쏟아붓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우수 인재 육성을 통해 기술 개발을 독려해 초격차 기술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대의 요구다. 이제는 막대한 예산을 대학 등 고등교육에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때다. 수출 증가를 통한 법인세 등 내국세 규모 확대가 또다시 초중고 교육 지원을 위한 교부금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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