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1980년대 민주화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취재한 원로 언론인 황경춘 전 AP통신 서울지국장이 지난달 31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1924년생인 고인은 진주고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대 전문부 법학과에 진학했으나 재학 중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일본 패전 후인 1945년부터 미국 군정청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다. 6·25전쟁 발발 후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1957년 AP통신으로 옮긴 뒤 서울지국장을 지냈다. 외신기자클럽 회장, 타임 서울지국 특파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고인은 한국전쟁·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증인이며 4·19혁명 때는 경찰의 발포 사실이 해외로 타전되도록 역할을 했다. 군사정권 시절 김영삼 등 야권 정치인을 자주 취재했으면 김대중 납치 사건 때는 활발하게 기사를 썼다. 언론이 군사정권의 탄압을 받던 시절에는 남영동에 3박 4일간 구금돼 조사를 받기도 했으며 외신 기자들이 몰려가서 항의한 끝에 풀려났다.
타임에서 퇴직한 후에는 프리랜서로 계속 글을 썼다. 2008년부터 칼럼 전문 사이트인 자유칼럼그룹 홈페이지에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황경춘의 오솔길’이라는 코너로 칼럼을 게시했다. 임종 며칠 전까지도 칼럼을 걱정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저널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황윤옥(아시안타이거스 상무)·황옥심(미국호텔협회교육원 한국교육원장)·황윤철(전 오리콤 국장)·황윤미·황윤희 씨 등 1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신촌연세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