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지난달에만 중국 주식 16조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중국의 주식시장 개방 이후 9년 만의 최대 규모다. 대출우대금리(LPR)에 이어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인하 등 중국 정부가 연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월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상하이 및 선전 증시에 상장된 약 16조 4000억 원(약 900억 위안)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FT가 2014년 말부터 거래소 자료를 기반으로 자체 계산한 금액 중 가장 큰 규모다. 외인 자금의 이탈로 지난달 한달 동안 상하이종합지수는 5.2% 하락했으며 선전종합지수는 6.8% 급락했다.
전례 없는 해외 자본의 이탈은 투자자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 격인 LPR을 인하하며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제시했지만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49.2)부터 5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PMI가 50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투자할 수 없는 국가’로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이 추가로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외국인들의 중국 증시 탈출 행렬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투자은행(IB) 나티시스의 수석아시아태평양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부양책’이라는 단어는 너무 많이 오용됐고 이제는 그 누구도 재정적 측면에서의 ‘빅뱅(대규모 부양책)’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IB인 SPI자산관리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파트너도 “투자자들은 중국 정책 입안자들이 5% 성장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국내총생산(GDP)의 타격은 1%포인트 이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