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안전과 신념이 위협받아도 일단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는 점점 가르칠 용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 공감해 주라고, 약한 자를 지켜주라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라고, 실천하라고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
며칠 새 시원해졌던 날씨도 잠시,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며 아스팔트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지난 여섯 차례 집회보다 훨씬 많은 교사들이 운집해 교권 회복을 부르짖었다.
이날 집회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참석한 교사들부터 예비 교사, 서이초 사망 교사 또래의 젊은 교사와 이를 응원하기 위해 동행한 중장년의 부모, 일반 시민들이 자리했다. 임산부와 유모차를 끌고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미 집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여의도 인근 식당과 길거리, 지하철 역사는 추모의 의미로 검은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지난주 6차 집회에서는 총 8구역이 마련됐지만 이번 집회는 총 12구역이 준비됐다. 집회 시작 10분 전부터 운영진은 “모든 자리가 마감됐으니 경찰의 안내에 따라 추가로 확보된 구역으로 이동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의 교사가 모였다.
집회가 시작되자 교사들은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진실없는 사건수사, 진상규명 촉구한다”, “교사들이 무너지면 공교육도 무너진다, 벼랑끝에 내몰린 교사들을 보호하라”, “공교육 정상화의 그날까지 우리들은 함께한다”, “죽음을 막으리 죽음을 막으리”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곳곳에서 절규에 가까운 구호가 들리자 일부 교사들은 눈물을 쏟기도 했다.
발령 전 서이초 사망 교사와 1년 가까이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함께 했다는 동료 교사는 “고인은 발령 당시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서이초로 발령이 났는데 이름이 참 예쁜 학교라며 좋아했다”며 “그 시절 우리는 새로 발령받을 학교에서 처음 만날 아이들의 얼굴과 그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러던 중 7월 19일 저녁, 서이초에서 1학년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극적인 소식이 들렸을 때 슬픔과 동시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며 “결국 그게 선생님이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 같이 엉엉 울며 무너졌다. 그날 이후 우리의 삶도 함께 멈추었다”고 말했다. 함께 한 다른 교사는 “도대체 무엇이 선생님의 작은 꿈과 희망을 빼앗아 갔느냐”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부짖었다.
서이초 사망 교사의 대학교, 대학원 동기들도 무대 위에 올랐다. 심우민 교사 외 36명은 “학교가 보이기 시작하면 너를 생각해. 너는 어떤 마음으로 출근했을까”라며 “친구야, 다른 친구들이 기억하는 너는 정말 빛나는 사람이었어. 널 보면 삶을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축복으로 여긴다는 것, 삶은 살아있음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 같았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와 교육청이 바라는 교사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라며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앞장서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현재 교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이초 교사의 49재인 4일 연가·병가·재량휴업을 통한 '우회 파업'을 진행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전날에 서울과 전북에서 초등교사 2명이 추가로 극단 선택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집세가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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