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서 울지 마오. 나 거기 없소. 나 그곳에 잠들지 않았다오”
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많은 이들의 눈물 속에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인의 유가족, 동료 교사, 시민 140여명이 참석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교육계·정치계 인사도 참석했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이름과 사진이 공개됐다. 지난 7월부터 매주 열린 고인을 추모하는 집회 현장 사진,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엮은 영상이 공개되자 현장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인의 동료·선후배들은 고인을 향한 추모 편지를 낭독하며 생전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서이초 동료교사 이 모 씨는 “어른이 돼 친구 하나 만들기 힘든 세상에서 널 동기로 만나서 감사하고 행복했다”며 “너를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고인의 대학 후배 서 모 씨도 “바쁜 와중에도 늘 후배들을 챙기던 커다란 나무 같이, 등대 같이 책임감 있고 멋진 언니였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언니의 마음을 이어받아 아이들의 손 글씨 하나에 보람을 느끼는 교직 생활이 당연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오열했다.
현장을 찾은 교육계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교육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추모사에서 “유가족과 서이초 교직원, 학생, 학부모, 서울시민 여러분께 서울교육을 대표해 깊이 사죄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거듭 밝힌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도 이날 현장에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말로 추모사를 시작한 이 부총리는 “7월 18일은 꽃다운 나이의 선생님께서 청춘을 바쳐 이룬 간절했던 꿈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난 슬픈 날이자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린 날”이라며 “이날을 통해 그동안 선생님들이 겪었을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학교가 얼마나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소중한 우리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이라며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육의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부총리가 연단에 서자 현장에 자리한 일부 추모객은 이 부총리를 등지고 앉아 미리 준비해온 ‘공교육 정상화’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며 이 부총리를 향한 항의의 뜻을 밝혔다.
고인의 유가족을 대표해 자리한 외삼촌은 “최근에도 여러 분의 선생님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며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이 학교 현장에서 또는 학교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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