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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미·베트남 新밀월





“이제 (미국과 베트남 관계가) 새로운 장을 열 때입니다.”

2000년 11월 16일, 임기를 두 달가량 앞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 방문에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이 성사된 것은 1975년 베트남전쟁 종식 이후 무려 25년이 지난 뒤였다. 베트남의 공산화 통일로 단교했던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도 5년이 지나 있었다. 10년간의 베트남전 참전과 패퇴가 미국에 안긴 상처는 그만큼 컸다.

21세기 들어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온 두 나라 사이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달 10일 하루 일정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다른 나라와 동맹을 맺지 않고 포괄적 동반자, 전략적 동반자,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등 3단계의 양자 관계를 맺는다. 미국과는 2013년에 맺은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지금까지 유지해 왔다. 중국·러시아와 각각 2008년·2012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거리를 유지해 온 미국과의 관계를 단숨에 최상위로 끌어올리는 셈이다.



오랜 적대국이었던 두 나라 관계를 전례 없는 밀월로 이끈 것은 중국이다. 베트남은 같은 공산국가인 중국과는 우방으로서 정치적 연대를 유지하는 한편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균형추 역할을 할 미국과 밀착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도태평양에서의 안보력 강화를 노리는 미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중국을 견제할 주요 교두보로서 지정학적 가치가 높다. 중국의 도발적 태도와 팽창주의 전략이 거세질수록 두 나라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미중 대립과 중국의 경기 악화 등 급변하는 안보·경제 여건에 직면한 한국에도 베트남은 전략적 가치가 높은 국가다. 중국·미국에 이은 3대 교역국이면서 경제 역동성이 큰 베트남은 중국 의존도 줄이기와 수출·투자 다변화가 시급한 한국에는 ‘포스트 차이나’의 핵심 시장이다. 지난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의 관계 격상에 만족하지 말고 외교 다변화와 경제 영토 확장 차원에서 더욱 공을 들여야 할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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