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A씨는 1년 반 가까이 집에만 있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심해진 아토피는 나날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그 때 자신을 ‘물에 빠진 생쥐 같았다’라고 회상했다. 과거처럼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나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가기 겁났다.
그래서 고용노동부의 5개월짜리 청년도전지원사업은 그에게 도전이었다고 한다. 집 밖으로 나갈 용기였다. 첫 달은 처음 만나는 사업 참가 청년들과 이야기하고 공모전까지 참여했다. 함께하는 법을 다시 배운 것이다. 둘째 달은 자서전을 쓰고 면접 사진도 촬영했다. 소소한 일이지만, 이렇게 누구나 취업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취업과 창업을 할 수 있을까’란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를 이 불안에서 벗어나게 한 것은 석 달째 이준의 감독과의 만남이다. 영화 현장의 생생함을 들려준 이 감독은 그에게 다시 배우의 꿈을 꾸게 했다. A씨는 이후 영상 제작도 배우고 리사이클 제품업체, 축구단, 제약회사, 케이크제작업체, 측정 장비업체 등 다양한 곳의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5개월 만에 A씨는 지금 하고 싶은 일로 벅차다. 가구 업체에서 훈련생으로 일하면서 배우가 되기 위해 본인의 프로필 작업을 하고 있다. 한 복지재단이 올리는 공연 지원에도 참여했다. 그는 다행히 아토피에 효과적인 약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내년 초 방송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고슴도치 캐릭터를 상품화 해 판매하는 창업도 꿈꾼다. A씨는 “방황하던, 방치됐던 내가 ‘청년 보충 수업’을 5개월 간 들은 기분”이라며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청년이라면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수기는 고용부가 5일 연 청년도전지원사업 공모전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은 사례다. 총 10점의 수상작에는 청년도전지원 사업 이전 어려운 가정 형편, 취업난으로 힘들어했다는 불안함이 담겼다. 사업 참여 이후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친다. 취업에 성공했다는 후기가 아니라 다시 취업을 할 수 있는 나를 찾았다는 수기가 많았다.
청년의 좌절은 심각한 문제다. 경제활동 없이 단순히 쉬었다는 청년은 2019년 36만명에서 올해 2월 49만7000명까지 늘었다. 고용부는 올해 청년도전지원사업을 통해 8월까지 5700명을 돕고 있다. 이정한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지방자치단체도 이 사업에 계속 참여하도록 해 청년을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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