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와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제롬 파월(사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 재상승이라는 변수가 불거지면서다.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 선물 가격은 9일 연속 상승해 배럴당 87.5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가가 내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로 이뤄진 ‘OPEC+’
가 현재의 감산을 내년까지 유지할 경우 현재 배럴당 90.6달러인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말 107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이전 전망은 내년 말 기준 배럴당 93달러였다.
연준이 우려할 대목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가속이다. 지난해 6월 전년 대비 9.1%였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올 7월 3.2%로 낮아진 데는 유가 안정의 영향이 컸다. 도이체방크의 전략가 짐 리드는 “원유 가격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8월 CPI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고민 중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023 연례경제정책심포지엄(잭슨홀미팅)’ 연설에서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고려하면 다가오는 회의에서 신중하게(carefully) 나아가야 할 위치에 있다”며 사실상 9월 금리 동결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추세 이상의 성장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위험이 있어 추가 긴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로서는 경제 수요가 정점을 지났다고 보는 분위기다. 연준은 이날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에서 “대부분의 조사 대상자는 여가 관련 수요가 마지막 단계라고 평가했다”며 “관광을 제외한 다른 소매 지출은 둔화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은 소비자들이 저축을 소진해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는 이에 이날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 신중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9월 동결론에 힘을 실었다.
추후 인상 가능성도 여전하다. 애틀랜타연은은 이날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5.6%로 제시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팬데믹 기저 효과로 35.3% 급등했던 2020년 3분기를 제외하면 2003년 3분기(6.8%)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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