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전기차·첨단산업·방산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뿐만아니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의 식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할랄식품 인증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위도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윤 대통령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위도도 대통령의 공식 초청해 성사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한-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7월 위도도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50년 동안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뤘다”며 “위도도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벌써 네번째다. 아세안 정상 중 가장 자주 만났다”고 친근감을 표했다. 앞서 위도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국을 찾아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이후 같은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약식 회동을 가졌다. 올해 5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한 양국 정상이 별도 회담을 가진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성장 역량이 상당한 아세안의 선도국”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를 토대로 법치주의를 실시하는 인도네시아는 대한민국의 핵심 협력국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도도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아세안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신 것을 축하한다”며 “양국이 앞으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평화·번영 방안을 함께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위도도 대통령은 “저희가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것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전기차·배터리·방산 분야 협력을 강화하면서 올해 초 발효된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적극 활용해 양국 교역을 확대하자고 다짐했다. 뿐만아니라 양국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해 안보·방산 협력도 공고히 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부는 6건의 양해각서(MOU)·약정을 체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할랄식품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무슬림 인구가 압도적인 인도네시아 식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수적인 절차인 ‘할랄인증’을 받기 위한 첫 단계를 밟은 셈이다. 우리나라가 외국과 할랄인증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다. 양국은 ‘농업기계화 및 농업기반시설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기술약정’에도 서명했다. 인도네시아의 농기계 및 농업기반시설 발전을 위한 공동 개발 및 공적개발원조(ODA)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양국은 밀착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차 생태계 조성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와 ‘산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전기차·모빌리티·철강·석유화학·전자·바이오 산업 등 주요 산업분야 전반에 걸쳐 투자 촉진과 협력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특허청은 ‘지식재산분야 포괄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와 ‘특허우선심사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통해 우리 기업이 인도네시아에서 지적재산권을 보호받으며 원활히 진출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양해각서에는 특허 우선심사 제도 도입을 논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인도네시아가 특허 우선심사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일본 이후 우리나라가 두번째다.
한편 김건희 여사는 공식 방문 행사의 일환으로 위도도 대통령의 배우자 이리아나 위도도 여사와 친교 차담을 가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리아나 여사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많은 여성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며 “위도도 대통령과 함께 다시 한국에 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두 여사는 아동·노인 등 취약계층을 만난 경험을 공유하며 여권 신장과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리아나 여사는 김 여사에게 인도네시아 전통 염색 기법으로 만든 직물인 ‘바틱’으로 제작한 클러치를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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