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최근 국제유가를 밀어올린 데 이어 위안화 가치도 기록적인 수준의 약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이후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에다 미국의 고금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일본 엔화 역시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정부의 구두 개입을 불러왔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장중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3623위안까지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역외 위안화 시장이 만들어진 2010년 이후 지난해 10월 25일 기록했던 7.3749위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역내 위안화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도 이날 장중 달러당 7.3496위안까지 상승해 지난해 8월 기록한 신저점인 7.3490위안을 넘어섰다.
엔화 환율도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147.87엔까지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연중 최고치는 물론 지난해 11월 초순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외환시장 동향을 높은 긴장감으로 주시하고 있다”고 구두 개입했다. →8면으로 계속
인민銀 고시환율 상향…위안화 약세 용인하나
"연말 7.6위안까지 갈것" 관측도
BOJ 완화 기조유지 엔저 지속
특히 이날 역외 위안화 시장의 흐름은 중국 정부가 자체 설정한 저지선까지 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최고 지도부는 지난달부터 역외 위안화 시장에서 저지선인 달러당 7.35위안을 돌파할지 예의 주시했다”고 전했다.
최근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은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왔다. 고시환율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등을 통해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으며 국영 은행들은 달러화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고 있다. 올 7월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역외 융자 거시 건전성 조정 매개변수’를 1.25에서 1.50으로 높였다. 매개변수가 높아질수록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해 중국 내 달러 유동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이달 1일에는 15일부터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을 현행 6%에서 4%로 2%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안정세를 보이며 7.24위안 수준에 근접했으나 최근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7일 기준 사흘 연속 7.3위안을 넘은 상태다.
다만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이날 고시환율을 달러당 7.2위안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표하면서 위안화 약세를 용인한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지역거시경제전략가는 “인민은행이 더 높은 달러·위안 환율 수준을 기꺼이 받아들일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 흐름은 연말에 7.60위안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우리의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해석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1.3%가량 오른 104.9를 기록했고 5일(현지 시간) 하루 만에 0.6% 이상 올라 장중 105를 기록하며 최근 6개월 최고치를 찍었다. 밍밍 중신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달러인덱스의 상승은 주로 미국과 비미국 국가 간의 경제 동향과 통화정책의 심화된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위안화 환율은 ??단기적으로 외부 압력의 영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에 대한 경제 전망이 점차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위안화 약세를 부채질한다는 분석이 시장 안팎에서 힘을 얻는다.
엔화의 경우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기준금리’ 등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하면서 글로벌 금리와 차이가 벌어지는 점이 약세의 원인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 등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지속적으로 달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통화정책 현행 유지 입장을 지키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 155엔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170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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