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중국이 경제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진핑 국가 주석이 규칙에 기반해 (경제적인) 성공을 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애플을 비롯한 해외 전자기기 브랜드에 대한 사용 제한 등의 조치로 “통상을 비롯한 문제들에 있어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 한다”는 지적과 함께다.
11일 로이터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국빈 방문 중인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관계에 진실한 입장이지만, 문제는 중국이 통상을 비롯한 기타 문제들에 있어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서구 핸드폰 금지가 최근 사례”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공무원과 국유 기업 직원들에게 업무상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아이폰 15 출시를 앞두고 날아든 일격에 애플은 주가가 크게 빠지며 이틀 새 시가총액이 1940억 달러(약 259조 원)이 증발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중국의 경제 상황이 어려운 데다 청년 실업률, 부동산 위기 등 산적한 내부(국내) 과제만으로도 “시 주석이 벅찬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이 문제(경제 위기)가 대만 침공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 반대로 (중국이) 이전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G20 정상회의 기간 리창 중국 총리와 회동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는 중국 측에서 시 주석이 아닌 리 총리가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에서 (중국 정부) 2인자와 만났다”며 “그(리창)가 나에게 다가왔고, 전혀 대립적이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두 사람은 양국 관계의 안정을 비롯해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신흥·개발도상국을 둘러싼 이야기 등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하루빨리 만날 수 있기 바란다며 재차 회담에 의욕을 내비쳤다. 미국은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길 기대하고 있다. 당초 19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시 주석의 방미를 협의하려 계획은 그러나 중국 측이 외교 수장인 왕이 부장 대신 한정 국가부주석을 보내기로 하면서 불투명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왕이 부장의 유엔총회 불참으로 협의 기회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시 주석의 11월 APEC 회의 참석도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엔총회 일정과 별개로 왕이 부장의 방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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