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의회가 산적한 민생 안건과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다룰 임시회를 열고도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파행을 빚고 있다. 여야가 동수인 시의회는 각각 성명을 내고 상대 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합의점을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시의회가 집행부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서로의 입장 차가 커 파행이 장기화 될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고양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7일 제276회 임시회를 열고 오는 21일까지 집행부가 제출한 39개 안건과 시의원이 발의한 23개 안건을 심의·처리하기로 했다. 예산안에는 기초생계·부모 급여와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과 학교 무상 급식비 등 당장 처리가 시급한 안건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임시회 첫날인 7일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6월 정례회 기간 해외출장과 이 시장이 실국장 간부회의에서 “시가 진행하는 용역 착수보고회에 시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아 이동환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영식 의장은 이 시장에게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대로 사과를 하겠느냐”고 물었으나 “답변은 나중에 하겠다”고 일축하면서 반발을 샀다. 급기야 민주당 의원들은 집단 퇴장했고, 이튿날에도 의장실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며 현재까지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에 도전하는 시장에게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성명을 냈고, 국민의힘은 “이제는 파행을 멈추고 할 일을 해야 할 때”라고 맞섰다.
파행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의회는 김 의장과 조현숙 부의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 집행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시는 시의회 내홍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당초 합의된 대로 국장이 사과했으나 시의회가 이번에는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급한 현안이 뒤로 밀려 시민들의 피해로 직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영식 의장은 “시장에게 따질 것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시정 질의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데 이런 민낯을 보여 시민에게 부끄럽다”며 “이 시장도 시의회를 무시하는 듯한 내용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서는 매듭을 짓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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