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의 한 단위농협 조합장이 당선 직후 지역 내 다른 지점에서 근무하는 아들을 일방적으로 전입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지점에서 근무한 임원이 급여 일부를 해당 조합장에게 현금으로 건넸다고 폭로하면서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한 가운데, 인사 과정에서의 적절성 여부도 살펴보면서 파장은 확산할 전망이다.
27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고양 지역 A농협의 B조합장은 지난해 3월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지역 내 다른 지점에서 근무하던 아들 C 씨를 자신이 근무하는 지점으로 전입시켰다. 통상적으로 1 대1 인사교류가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C 씨만 A농협으로 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합장의 가족이나 친인척이 같은 지점에서 근무할 경우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인근의 다른 지점과 협의를 거쳐 교류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이처럼 자신의 아들을 전입시키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특히 B조합장은 C 씨를 데려온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1년 새 두 차례에 걸쳐 표창을 주면서 수백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을 키우기도 했다.
A농협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초에는 1대 1 방식의 인사교류를 추진했으나 규모에 따른 급여 차이가 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점으로의 전출을 원하는 직원이 없어 전출 없는 전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사권 등 절대적인 권력을 쥔 조합장이 부적절하게 아들을 데려온 것도 모자라 근거도 없이 포상금을 주면서 직원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B조합장은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기는 어렵다”고 짧게 답했다. 농협 고양시지부 관계자는 “양쪽 조합이 합의를 이루면 일방적인 전출, 전입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지점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임원은 최근 검찰에서 조합장의 요구로 급여의 10% 가량을 재임 기간 조합장에게 현금으로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은 조합장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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