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편리한 시기에 북한을 방문할 것을 초청하고 푸틴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했다고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이날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도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감사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전날 첨단 무기 기술의 대북 이전을 시사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23년 만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까지만 해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 계획은 현재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최선희 외무상과 조만간 만나기로 합의했으며 이르면 다음 달 초 북한에서 회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을 마지막으로 해외 순방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것은 2000년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군사 분야 외에도 정치·경제·문화 등 다방면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푸틴 대통령의 답방이 실제 진행된다면 북러 밀월 관계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러의 무기 협상으로 국제 안보 질서의 근간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체제는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스스로 만든 대북 제재를 허무는 모양새다. 북측 수행단의 리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조춘룡 당 군수공업부장,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외국 여행이 금지된 인물들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간 무기 거래가 구체화되는 상황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는 위성을 포함해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하는 과학기술 협력은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돼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우방국들과 관련 공조를 강화하면서 대응 조치를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 여행이 금지된 북한 인물들이 동행한 데 대해서도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되는 만큼 유관 국제기구와의 협력 등 필요한 대응을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