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에 진심인 게이머가 자신의 DNA를 실제 자동차 경주에서 활용하며 프로 레이서의 길을 걷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전기 영화다. 지난달 7일 그로브 몰에서 열린 ‘그란 투리스모’ LA 프리미어에는 배우 조합의 파업으로 스타들의 홍보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실존 레이서’ 잔 마든보로(31)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삶이 인기 비디오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영화이기에 좀더 극화된 부분이 있지만 대부분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란 투리스모’는 잔 마든보로(아치 매덱)가 닛산의 GT 아카데미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프로 레이싱 카 드라이버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따라간다. 잔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이 유럽 닛산과 함께 시작한 리얼리티 TV쇼 ‘GT 아카데미’의 3번째 시즌 우승자다. 당시 19세였던 그는 영국 웨일스에서 부모의 집에 살며 ‘그란 트리스모’ 게임 플레이어로 하루 2시간 이상을 보냈다. 잉글랜드 풋볼리그에서 미드필터로 활약했던 그의 아버지(자이먼 혼수)는 두 아들이 모두 축구선수가 되길 원했지만, 잔은 동생 커비와 달리 축구 DNA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카 레이싱 게임에서 그의 DNA를 깨워 서킷에서 활용한다.
각본을 쓴 제이슨 홀과 잭 베일린이 2019년 런던으로 날아가 잔 마든보로를 직접 만났다. 잔이 내세운 조건은 두 가지였다. 자신을 연기하는 배우가 자신을 닮았을 것, 그리고 영화에서 그의 실명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GT 아카데미는 레이싱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최상위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실제 프로 단계의 레이스 드라이버 교육과 훈련을 진행한 프로였다. 2011년 GT 아카데미에서 우승한 마든보로는 이후 브리티시 GT 챔피언십, 르망 24, F3 등 유수의 대회에서 입상하며 ‘진짜 서킷 위를 게임처럼 잘 달리는 레이서’로 거듭났다. GT 아카데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한 대니 무어는 올란도 블룸이 연기했다. 2006년 닛산 모터스포츠 마케팅 임원으로 ‘게이머를 레이서로 만드는 아카데미’를 만들겠다는 미친 아이디어를 내놓고도 대니는 서킷(모터스포츠 경기장) 위에서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있었다. 대니와 달리 운전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게이머들을 못 믿으면서도 고민 끝에 훈련을 맡게 된 잭 솔터는 데이빗 하버가 맡아 연신 긴장되고 진지한 표정을 지어 멘토의 책임감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잔으로 출연한 아치 매덱은 ‘게이머’에서 ‘레이서’로 거듭나기 위한 혹독한 훈련 과정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20대 이상의 화려한 레이싱카들이 서킷 위를 달리는 장면은 오랜 만에 질주의 본능을 깨운다. 궃은 날씨로 악명 높은 동유럽의 슬로베키아 킹, 슈퍼카 레이싱 경기장을 대표하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오토드롬, 세계적 난코스로 유명한 독일의 뉘르브르크링, 오스트리아의 레드 불 링 및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F1 서킷 헝가로링 등 실제 코스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주요 촬영지 중 하나인 헝가로링은 영국의 실버스톤에서 영감을 받은 가상의 코스인 GT 아카데미와 르망의 두 장소로 사용되었다. 이 시퀀스를 위해 다수의 스턴트 드라이버가 투입되었는데 존 마든버러가 직접 아치 매덱의 스턴트 드라이버로 활약했다.
영화 ‘그란 투리스모’는 잔이 세계 3대 자동차 경주 대회로 꼽히는 르망 24시간 카 레이싱에 참가하는 것으로 끝난다. GT 아카데미 동료 2명과 함께 팀을 이루어 출전한 지옥의 레이스에서 그들은 3위를 차지하고 또 다른 도전을 꿈꾸는 걸로 마무리된다./하은선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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