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월6만5000원으로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꺼내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까지 통합해 쓰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가격에 대한 적정성과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K-패스’와의 중복 논란도 뒤따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정치권의 셈법도 분주하다. 이 때문에 첫 서울시장 당시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를 완성 시켰던 오 시장이 이번에도 수도권 무제한 정기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은 교통카드(티머니) 도입과 함께 서울·경기·인천 시내버스와 수도권 전철의 과금체계를 거리비례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환승이 가능하도록 한 게 골자다. 환승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2001년 서울 시내버스를 시작으로 하나씩 확대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환승할인을 실질적으로 수도권까지 연결시킨 것은 오 시장이라는 점이다. 2006년 취임한 오 시장은 2007년 경기도, 2008년 광역버스, 2009년 인천까지 차례로 수도권을 품에 안았다.
이번에 오 시장이 정책 화두로 던진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짜리 교통카드 하나로 서울 시내 지하철,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원스톱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인천에서 하차할 때는 가능하지만, 반대로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탈 때는 카드를 이용할 수 없어 ‘반쪽 무제한’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이나 광역버스 역시 해당되지 않는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수도권 거주자까지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려면 경기도 및 인천과 손을 잡는 게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출근 때는 쓰지 못하고, 퇴근 때만 이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시는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시범 판매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여론 자체가 수도권 무제한 정기권에 호의적인 만큼 경기도와 인천도 본격 시행되는 내년 하반기 전에 테이블에 같이 올라올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주민들이 김 지사와 유 시장을 압박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지난 13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울시민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이지만 경기도민은 이용할 수 없다"며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데 도지사의 생각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당정이 추진하는 K패스와의 조율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K패스는 월 21회 이상 정기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출 금액의 20~53%를 월 최대 60회까지 적립해 다음 달에 환급 해준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알뜰교통카드’의 연장 선상이다. 여기에 카드사의 추가 할인 10%까지 받으면 혜택의 폭은 더 커진다. 현재로서는 경기도와 인천 모두 국토부의 K패스 사업에 참여해 교통비 부담 경감 대책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월 3만원에 권역 내 버스와 지하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3만원 프리패스' 도입을 위한 법안을 지난 4월 발의했다. 만약 월 정액 가격을 3만원 또는 4만원, 5만원으로 낮췄으면 어땠을까. 이 경우 더 크게 주목 받긴 했겠지만, 운송기관 적자와 포퓰리즘을 경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범기간(1~5월) 예상 손실 금액은 750억원. 시 내부적으로는 버스·지하철 가격 인상이 있는 만큼 2000억원까지는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K패스 파이까지 완전히 잠식해 대선용 행보냐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오 시장은 "기후동행카드는 40회부터 횟수 제약 없이 무료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할수록 유리하고, K패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횟수에 유리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 패턴을 다 계산하기 때문에 즐거운 선택을 하는 건전한 정책 경쟁인데 그걸 회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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