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재임 기간 중 ‘소득 주도 성장’과 어긋나는 가계소득 통계가 나오자 ‘새로운 가중값’을 반영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통계법상의 승인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심지어 통계청장마저도 ‘패싱’당한 채 왜곡된 통계가 외부에 공표됐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15일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 정책실은 소득분배 지표가 2016년에 이어 2017년 1분기에도 악화하자 상당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어 2010년 이후 계속 증가하던 가계소득이 2017년 감소세로 전환하자 통계 조작에 나서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6월 가계소득은 전년 같은 기간(430만 6000원)보다 0.6% 줄어든 427만 8000원으로 나타났다.
청와대는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소득을 올려 전년보다 증가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샀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처음에는 ‘임금근로자’만 가중값을 적용해 봤는데 여전히 소득이 감소하자 소득 분포가 불규칙적인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전체 취업자’로 확대 적용했다”며 “취업자 가중은 표본 설계와 다른데도 통계법상 승인이 없었고 ‘외부 출신 청장’이라는 이유로 청장에게 보고도 없이 임의로 적용 후 공표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이후 2017년 3분기에도 이 같은 방법으로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감소 추세인 근로소득을 증가세로 전환시켰다. 같은 해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이같이 조작됐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2017년 들어 소득 5분위 배율은 1~3분기 연속 악화됐고 4분기에도 전년보다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2015년 이후 소득분배가 개선으로 전환됐다”는 정책 홍보를 위해 소득 5분위 배율을 개선된 것처럼 왜곡시켜 공표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청와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로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통계청에 허위 해명도 지시했다는 의혹을 샀다. 2018년 1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이 공표된 후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자 개인 연구원의 자의적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는 표본 대표성 문제로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인지 검증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하자 노동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자료를 분석하도록 요청했다. 이 분석 자료는 연도별 증감률만 계산해 단순 비교한 것에 불과하며 최저임금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은 개선됐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결국 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문 대통령의 ‘90% 효과’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청와대와 통계청 간 해명이 엇갈렸다”며 “청와대가 노동연구원이 아닌 소속 연구원 개인의 분석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통계 자료도 임의로 제공했는데 이를 사실과 다르게 통계청이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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