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샌프란시스코가 만성적인 노숙인 문제와 차량 털이 범죄 등 치안에 대한 우려로 이미지가 추락한 가운데 테크 기업들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의 포웰스테이션. 지하철에 해당하는 바트 출구부터 800m 남짓한 거리에 긴 행렬이 늘어섰다. 행렬을 따라 걸음을 옮기자 평소라면 차들이 다니는 왕복 4차선의 호와드 길에 초록색 잔디가 연상되는 카펫이 깔리고 형형색색의 열기구들이 모습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최대 축제로 불리는 ‘드림포스 2023’이 열린 것이다. 드림포스는 고객관리솔루션(CRM)의 강자 세일즈포스의 연례 콘퍼런스다. 12~14일 열리는 행사에 참가자가 4만 명 넘게 몰리면서 시에 9000만 달러(약 12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는 게 세일즈포스 측의 설명이다. 이날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창업자는 “올해 초 대량 해고 이후 3300명의 직원을 다시 뽑겠다”며 인공지능(AI) 분야의 인원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좋은 점은 세계 최고의 AI 도시라는 것”이라며 “상위 20개 AI 기업이 바로 이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국내총생산(GDP)도 기록적인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며 “다른 도시에서는 이러한 샌프란시스코의 성장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근 인구 감소, 노숙인 문제, 치안 우려 등으로 통행량이 감소했던 도시가 행사 기간 동안 활기를 띠었다. 점심시간 행사장 근처 블루보틀 카페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블루보틀에 이렇게 사람들이 줄 서서 커피를 시킨 게 굉장히 오랜만”이라며 “샌프란시스코 통행량이 바닥을 쳤을 때와 비교해 확실히 달라져 놀랐다”고 전했다.
이날 곳곳에서 경찰 인력들도 안전 문제를 우려해 삼엄한 경계를 폈다. 앞서 베니오프 창업자가 한 폭탄 선언이 영향을 미쳤다. 베니오프 창업자는 “올해 만약 노숙인 문제나 치안 문제로 행사가 방해를 받게 된다면 드림포스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하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런던 브리드 시장도 나서 “샌프란시스코의 안전 문제와 환경 문제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베니오프 창업자는 굉장히 만족감을 나타내며 “도시가 매우 안전하고 아름다워 보인다”며 “다만 드림포스 때 반짝으로라도 가능했다면 평소에도 안전함과 거리의 깨끗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니오프 창업자는 2019년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인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3000만 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기부했고 행사에 앞서 지난달에도 100만 달러를 들여 노숙인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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