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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창문닦이, 2000원에 빌려드립니다[지구용]

공구, 캠핑·파티·행사용품 등 800여개 갖춘 성동공유센터

'대여' 아닌 '공유' 취지 살려야…'리페어 카페' 운영도

성동공유센터에서 대여하는 물품 중 일부. /사진은 모두 성동공유센터 제공




캠핑을 하다보면 잔뜩 사둔 캠핑 용품들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적잖은 공간을 차지하기도 하고, 몇 번 쓰지도 않으면서 과소비해서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생각도 듭니다.

캠핑용품을 필요할 때마다 빌려쓸 수 있는 '성동공유센터'가 집 근처였다면 지구에 덜 미안했을 것 같습니다. 성동공유센터는 캠핑용품뿐만 아니라 공구류, 로봇 창문닦이(!!!!!), 침구 청소기, 의료보조기, 몰래카메라 탐지기 등을 빌릴 수 있는 꿈같은 장소입니다. 서울 성동구 주민이나 생활권자(직장, 학교)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단점입니다.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1년에 두번 쓰는 물건이라면


성동공유센터가 문을 연 건 2017년. 가끔가다 필요한데 비싸거나 부피가 큰 물건들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도저히 직접 닦을 수 없는 창문 바깥쪽을 맡아주는 로봇 창문닦이와 한강 피크닉세트 대여료가 각각 2000원, 대형 텐트가 4500원(캠핑 풀세트는 5만원), 전기 체인톱이 2500원, 예초기가 4000원입니다. 물품 목록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유튜브 1인 방송 세트와 팝콘·솜사탕 기계, 메가폰, 다양한 크기의 사다리와 몽키와 컷터까지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로봇 창문닦이는 4대나 있는데, 공유센터 직원분들이 "사람보다 열일한다"고 할 만큼 매일같이 예약이 잡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곳이 왜 서울 성동구에만 있는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서울 은평구의 공유센터가 국내 최초였는데 문을 닫았고, 광주광역시 등에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공유센터가 있긴 하지만 건물을 통째로 쓰는 공유센터는 우리뿐"이라는, 강주희 성동공유센터장님의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전국 지자체에서 찾아와서 견학은 많이 한다고 합니다. 꼭 전국 곳곳에 생겼으면 싶었습니다.


◆최근 3년간 성동공유센터 회원 수는 약 5000명. 한 번 이상 물품 공유(또는 프로그램 이용)한 회원 비율은 70%, 두 번 이상은 30%. 10%는 센터 골수팬, 1년에 10회 이상 이용한 분들도 계신다고. 센터가 보유한 물품의 개수는 약 800개.


‘물품 대여’가 아닌, 공유의 진정한 의미


물품 공유에 그치지 않습니다. 수리숙련자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고장난 물건들을 고칠 수 있는 리페어 카페, 준비된 공구로 직접 물건을 고쳐볼 수 있는 리페어 라운지, 미리 예약하면 소규모 바비큐 파티를 열 수 있는 테라스&장비 대여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강 센터장님은 앞으로 더 많은 행사를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리페어카페(사진)는 특히 의미가 깊어 보였습니다. 직접 한번이라도 고쳐 보면 실력도 늘고 애정도 쌓이니까요. 따님이 미국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사서 보낸 고데기를 고치신 분의 이야기, 20년 된 '워크맨'에서 다시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모두가 환호했다는 이야기가 참 따뜻했습니다. 리페어카페는 오는 10월 14일 8회차를 맞을 예정.

그런데, 다들 아껴서 잘 쓰고 깨끗하게 반납할까요? 센터장님은 "처음엔 아니었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시민의식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그래서 빌릴 때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두고 확인을 받는다거나, 이용자가 세탁을 해와야 하는 경우라면 대여 기간을 무상으로 연장해 준다거나 등 조금씩 규칙을 보완해서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성동구 토박이이기도 한 강주희(왼쪽) 성동공유센터장님과 김태영 팀장님.


그렇지만 여전히 "열 명이 한 번씩 쓰면 한 명이 10번 쓰는 것보다 훼손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소비(구입)를 줄이고 여럿이 공유한단 취지도 퇴색되기 마련. 센터도 한정적인 예산 등의 이유로 매년 새 물건을 구입할 수는 없고요. 조그만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물품 대여'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유'라는 시각에서 공유센터를 바라보고 이용해달라는 센터장님의 당부입니다.

이런 취지의 공유센터 운영은 공공에서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유 물품을 준비한 다음은 결국 인력이 필요한데, 관련 인력이 자꾸 바뀌거나 하면 굳이 책임지고 물품을 아껴가며 관리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센터를 키우겠다는 목표의식을 갖기도 힘들어서 정말 '대여소'가 되버릴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성동공유센터는 성동구 지역 청년들의 단체인 성동청년플랫폼에서 꾸준히 위탁운영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공유센터를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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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구독 링크와 아카이브는→https://url.kr/use4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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