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팬들이 기억해야 할 이름이 하나 더 늘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 마다솜(24·삼천리)이다.
데뷔 첫 우승에 목 마른 선수들이 대거 선두권에 몰린 숨 가쁜 경쟁에서 마다솜이 최후 승자로 우뚝 섰다. 17일 인천 영종도의 클럽72 하늘 코스(파72)에서 끝난 OK금융그룹 읏맨 오픈에서다.
선두 박보겸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마다솜은 최종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 201타를 작성했다. 신인 정소이와 공동 선두로 마쳐 18번 홀(파5)에서 연장을 치른 마다솜은 첫 번째 연장에서 3m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정소이를 제쳤다.
지난 시즌 정규 투어 데뷔 후 51번째 대회에서 거둔 첫 승이다. 상금은 1억 4400만 원이다. 시즌 상금 28위에서 상금 11위로 뛰어올랐다.
마다솜은 돌부처 그 자체였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게 한 13번 홀(파4) 버디나 2타 차로 달아난 14번 홀(파4) 버디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굳게 다문 입을 여는 법도 없었다. 이러자 흔들리는 것은 같은 조의 경쟁자 박보겸이었다. 파 퍼트를 못 넣어 3타 차로 벌어졌다.
17번 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긴 끝에 보기로 1타를 잃고 이 사이 앞에 있던 정소이가 18번 홀 버디로 동타를 만들었을 때도 마다솜의 얼굴에서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버디를 못 잡으면 연장에 가는 18번 홀 플레이 때 역시 마다솜은 빨대를 꽂은 초코 우유 팩을 들고 아무렇지 않게 페어웨이를 걸었다.
버디 퍼트가 빗나가 끌려간 연장. 정소이가 162야드 거리에서 버디 찬스를 만들면서 마다솜은 코너에 몰린 셈이 됐다. 하지만 마다솜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144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을 정소이보다 조금 더 홀에 가까이 붙였다. 정소이의 버디 퍼트가 살짝 빗나간 뒤 마다솜은 볼을 홀 안으로 숨긴 뒤에야 미소를 드러냈다.
마다솜은 늦깎이다.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에 진출한 최혜진과 동갑인데 마다솜은 이제 정규 투어 2년 차다. 3수 끝에 대학 3학년 때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를 하려고 프로 데뷔를 늦췄다.
지난 시즌 신인상 포인트 3위에 올랐던 마다솜은 올해 준우승만 두 번 경험한 끝에 빛나는 트로피를 들었다. 특히 메이저 대회인 6월 한국여자오픈이 아쉬웠다. 3라운드 선두를 못 지키고 마지막 날 74타로 미끄러졌다. 2차 연장 끝에 홍지원에게 내셔널 타이틀을 내줘야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눈앞에 보이던 우승을 잡지 못하고 연장에 끌려갔지만 조금의 동요도 없이 버디를 잡았다. 마다솜은 “한 번 연장 경험이 있어서 여유가 있었다. ‘이기자’보다 ‘끝까지 내 골프 하자’는 마음이었다”며 특유의 무표정에 대해서는 “경기 중에는 사실 거의 생각이 없기 때문에 표정도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스윙 템포가 빠르고 플레이도 공격적인 마다솜은 미국의 스타 플레이어인 더스틴 존슨처럼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지향한다고 한다.
정소이는 첫 우승은 놓쳤지만 최근 5주 연속 컷 탈락의 극심한 부진을 씻고 이름을 알렸다. 8타나 줄인 이주미가 첫 승을 노렸던 최예림과 같이 14언더파 공동 3위로 마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국가대표 김민솔은 13언더파 공동 5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고 시즌 2승이자 통산 2승 기회를 잡았던 박보겸은 1타를 잃고 12언더파 공동 7위로 밀렸다. 상금·대상 1위 이예원은 11언더파 공동 12위로 마감했다. 상금 2~5위 박지영, 임진희, 박민지, 김민별은 이번 대회를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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