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온 ‘방탄 정국’은 막을 내렸지만 여야 간 강대강 대치 구도도 출구를 찾게 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내 비명계와 친명계가 이 대표 체포안에 대해서는 엇갈린 행보를 보여왔으나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총리 해임안은 일치단결해 가결시키는 초유의 상황을 연출해 강도 높은 여야 대결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강경 투쟁 수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는 이 대표 체포안 가결로 인한 지지층의 분열을 막으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이는 당의 내홍을 외부 갈등으로 돌려 계파를 넘어선 당내 결집을 촉발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집권 2년차에 성과를 내려면 올해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생 관련 법안 및 예산안 처리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서는 과반 의석을 지렛대 삼아 강경 모드로 ‘힘’을 과시하려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날 상정을 요구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방송법(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3법)’에 대해 김진표 의장이 상정하지 않자 항의를 표시했다. 김 의장은 양측의 협의를 유도한 것이지만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예정이라 민주당이 마치 ‘보복 입법’을 하듯 밀어붙여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이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도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반대에 나서면 24일 임기가 끝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뒤를 이을 후임 대법원장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내년 1월 1일 임기가 끝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제청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에 따라 개각을 통해 정부를 쇄신하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에도 적지 않은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연말 예산안 처리와 주요 법안 통과도 험로가 예상된다. 전날 윤재옥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교섭단체 연설에서 야당의 협조를 촉구한 우주항공청 설립과 재정준칙 제정 등 현안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싸늘해진 정국 속에 정기국회 내내 여야 간 타협 없이 야당이 과반 의석의 힘으로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은 국회 문턱을 못 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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