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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 시대 꽉 막힌 ‘리걸테크’

이완기 IT부 기자





“전 국민을 위한 인공지능(AI) 일상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대한민국을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3일 ‘대한민국 AI 도약 방안’을 발표하며 꺼내 든 포부다. 일상적인 삶을 비롯해 산업과 행정 등 여러 분야에서 AI 활용도를 높이고 1조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기술 기업들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세운 것은 챗GPT 등장 이후 AI로 산업계의 생태계가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수의 기업들은 AI를 활용하고 있고 대응 방법을 찾는 데 분주하다. 정보기술(IT) 회사가 아니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요리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AI를 활용했다고 알리는 시대다.



세상이 이렇게 변화하지만 유독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는 곳이 있다. 국내 법률 시장이 대표적인 곳이다. 신생 기업들이 등장해 법률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나가는 시도들이 나타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변호사들과 그들이 주축이 된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로톡 사태’는 기술 발전에 따른 신산업과 기득권 간의 충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변호사 광고 플랫폼인 ‘로톡’이 출시되자 변호사 단체들은 ‘불법 온라인 사무장’이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광고냐, 불법 알선이냐를 두고 10년 가까이 대립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리걸테크(법률+기술) 유망 기업으로 평가받던 로톡은 현재 직원의 절반 가까이 내보내는 등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사정이 이러니 법률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큰 모험이다. 자연스레 투자 시장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뒤처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법률 시장은 AI 불모지가 됐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전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7000여 개가 넘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회사) 기업은 7곳에 이른다. 한국의 리걸테크 기업은 30여 개에 불과하다. 유니콘 기업은 있을 리가 없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만 봐도 AI를 활용해 법률 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여준 사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변호사들의 플랫폼 사용을 두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로톡 이용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문제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적극적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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