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환절기에는 뻑뻑한 눈을 달래기 위해 인공눈물을 찾는 분들이 늘어납니다.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만성적인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는 분들도 많죠. 그런데 최근 인공눈물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사가 종종 보입니다. 어찌된 영문일까요? 엄연히 의약품이니 만큼 단순히 물가상승 때문만은 아닙니다. 흔히 인공눈물이라 불리는 점안제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의 일부 적응증이 건강보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예고됐거든요.
여기저기서 건보재정 위기란 말이 들려오지 않습니까? 억소리 나는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는 정부의 고민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등재된 의약품 대상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따져 급여 적정성 평가에 나선 것도 그런 배경에서죠. 히알루론산 점안제도 올해 급여 적적성 재평가 대상에 올랐습니다. 국내 인공눈물 시장은 연간 3000억 원 규모를 형성하는데 그 중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약 90%를 차지하거든요. 이달 초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히알루론산 점안제에 대해 쇼그렌증후군, 피부점막안증후군(스티븐스-존슨증후군), 건성안증후군 등 내인성 질환의 경우 급여 적정성이 있지만 수술이나 외상, 콘텍트렌즈 착용 등에 의한 외인성 질환의 경우 급여 적적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외인성 질환에 히알루론산 점안제를 사용했을 때 임상적으로 유용하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판단 근거입니다. 내인성 질환에 사용할 때도 일회용 점안제의 적정 사용을 위해 환자 방문당 1회 처방량, 환자당 연간 총 처방량 등에 관한 급여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삼천당제약(000250), 태준제약, 대우제약 등 인공눈물 제품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들은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집단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일부 적응증이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히알루론산 점안제 시장 규모가 300억~500억 원가량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처방량 제한, 건보 기준 변경 등 구체적인 내역은 보건복지부 결정을 기다려봐야 할텐데요. 인공눈물을 장기간 처방받던 환자들도 처방 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본인부담금이 상승할 여지가 생긴 만큼 가격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참고로 일회용 인공눈물에는 방부제가 첨가되지 않습니다. 일단 개봉하면 하루 이상 사용해선 안되고요. 개봉 후 뚜껑을 닫았다가 재사용하는 것도 오염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권장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몇년 전 일회용 인공눈물의 포장 단위가 커질수록 재사용할 여지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 포장 용량을 일원화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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