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순신의 새로운 면모를 조명하는 서울예술단의 신작 창작가무극 ‘순신’이 11월 무대 위에 오른다. ‘순신’은 판소리와 뮤지컬, 무용을 합친 총체극의 형태로 유기적인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순신’ 기자간담회에서 연출을 맡은 이지나 연출가는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도 멋진 판소리가 있는데 이순신에 대한 판소리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면서 “이순신이 초인적으로 이겨낸 고통과 그 고통의 힘이 어떻게 그를 버티게 했고 조선이란 나라를 구해낼 수 있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순신’은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꿈을 모티브로 이순신의 고뇌를 그린다. 이지나 연출가는 “이순신은 난중일기를 기록하면서 꿈을 많이 꾼 사람이다. 꿈에 고통과 희로애락을 농축돼 있는데 그 점이 흥미로웠다”면서 “꿈을 한번 엮어보자. 이 사람이 왜 꿈을 꿨을까, 이 꿈을 가지고 해석하고 엮으면 임진왜란 전부터 죽음까지 엮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통을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실험을 진행하는 서울예술단의 정체성에 걸맞게 총체극 형식으로 색다름을 추구한다.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만큼 각 분야를 대표하는 창작진 또한 국내 정상급으로 이루어졌다. ‘바람의 나라’ ‘잃어버린 얼굴 1895’로 서울예술단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지나 연출가에 이어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문정 작곡가가 작곡에 참여했다.
이자람은 작창과 공동 대본 작업을 맡아 임진왜란의 주요 해전의 웅장함을 무대에 그린다. 이자람은 “한산대첩까지 곡이 멋지게 나왔다”면서 “대본이 나오면 전쟁에서 꼭 강조돼야 하는 장면을 연출한 다음 곡을 붙이면서 전통 판소리의 어법에 맞게 쓰고, 현대적인 소리로 구성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용수인 형남희 서울예술단 단원이 ‘이순신’의 육체적인 고통을 표현하는 한편 소리꾼이자 서술자인 ‘무인’은 이자람과 윤제원 단원이 번갈아 맡는다. 이와 함께 5명으로 구성된 코러스가 이순신의 심리를 설명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 ‘데스노트’의 무대미술을 맡아 온 오필영 디자이너가 무대미술 디렉터로 시각적 디자인을 맡는다. 그는 이순신의 고통을 형상화한 ‘고통의 동굴’을 20m 깊이의 무대 장치로 제작한다. 9개의 프로젝션 매핑(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는 기술)을 통해 심도 있는 정서를 표현한다. 오필영 디자이너는 “떠올릴 수 있는 이순신의 이미지는 거북선이나 당당히 서있는 모습 등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독창적으로 표현하려 한다. 거북선 같은 배 한 척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순신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선조’는 배우 최인형 단원이, 왜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이순신의 막내아들 ‘면’은 권성찬이 분한다. 유일한 허구 인물인 ‘하연’은 송문선이 맡아 면과 로맨스를 펼치며 극의 흥미를 더한다.
공연은 오는 11월 7~26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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