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잘 결정할 수 있도록 초중등 단계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부족 속에 성인학습자 및 유턴입학(일반 대학에 다니다 전문대 입학)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실제 최근 5년간 전문대학 성인학습자 재학생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8학년도에는 26세 이상 성인학습자가 약 9%였지만, 2022학년도에는 15.2%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유턴입학자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남 회장은 “성인학습자와 유턴입학자들의 입학이 증가하는 이유는 전문대학이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다양한 학과를 신설 운영함으로써 국민들의 평생직업교육 수요 증가를 탄력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와 장기간 등록금 동결로 인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남 회장은 현상에 만족하지 않고, 국내 직업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성인학습자와 유턴입학 학생 증가는 역으로 생각하면 초중등 단계에서 직업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번 대학에 들어갔다 전문대에 입학한 유턴입학자의 경우 잘못된 진로 선택으로 경제적 부담도 크다.
국회 교육위 소속 유기홍 더불민주당 의원실이 정리한 2022년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유턴입학자가 약 8172명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약 7366억 원의 교육비가 낭비된 것으로 분석됐다. 남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전국 132개 전문대 협의체인 전문대교협 최초 여성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4년 가까이 현장에서 국내 직업교육의 현실을 마주한 덕분에 직업교육의 이면을 짚을 수 있었다.
남 회장은 직업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난 3월 발의된 직업교육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직업교육법이 제정되면 직업교육에 대한 명확한 법적근거가 마련돼 직업교육기관 간 기능과 역할을 명확히 분담해 직업교육 추진과정에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국가재정 낭비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 전국에 도입될 예정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대해서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 회장은 “RISE체계가 구축되면, 교육부 외에 다른 중앙부처 및 지자체 등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재정 확대가 예상된다”며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의 특화분야와 전문대학의 특성화 강점 분야를 연계하면 전문대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RISE거버넌스 구축과정에서 전문대학이 소외될 가능성, 지자체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연계협력 어려움, 특히 지방정치에 종속돼 지방정부 교체기마다 정책이 단절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남 회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대교협에서는RISE 구축을 위한 17개 시도협의회 회의에서 ‘RISE체계 내에서 전문대학 프로젝트 모형’을 개발해 제시했고, 2025년 RISE체계 전면 도입과정에서의 애로사항 해결 및 지역사회와 전문대학 간 상생 발전 지원을 위해 ‘전문대학 RISE 지원단’도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부터 15년간 동결돼 있는 등록금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전문대학의 경우 실습수업이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새 기자재 구입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등록금 동결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제는 등록금 문제도 대학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정치적인 논리보다는 교육적 문제로 풀어가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말했다. 입시 시즌을 맞아 수험생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남 회장은 “전문대학은 유니크한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기관으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꿈을 펼치기 좋은 곳”이라며 “자신이 지속적으로 흥미를 갖고 할 수 있는 전공이나 꿈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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