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채권 발행으로 회생에 나서려던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그룹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자회사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아 채권 발행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헝다발 위기가 사그러들지 않으면서 중국 부동산 업체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헝다는 24일 홍콩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핵심 계열사인 헝다지산그룹이 정보 공개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어 현 상황에서 신규 채권 발행 자격을 충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헝다는 구체적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헝다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헝다금융재부관리(헝다재부)도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16일 선전 공안국은 이 회사 임원을 구금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임원은 사기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헝다재부는 그룹 내 헝다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다.
신규 채권 발행이 막히면서 헝다그룹의 구조조정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헝다그룹은 3월 외화 표시(역외 채권) 채무 조정안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최장 12년 만기 채권이나 회사 주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당국 조사 및 채권 발행 제한으로 조정안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디폴트 상태였인 부동산 개발업체 판하이그룹(차이나오션와이드홀딩스)은 이날 버뮤다 법원이 회사 청산을 명령하고 공동 임시 청산인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헝다 주가는 25일 장중 최대 25% 급락했고 중국 부동산 업계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며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주가 지수는 6.4% 내리면서 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30일 거래가 중단된 후 이날부터 거래가 재개된 중국 오원부동산 주가도 76%나 폭락했다. 한편 중국 시중은행들은 이날부터 기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인하한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이번 조정으로 평균 0.8%포인트가량 금리가 낮아지고 상환해야 할 대출 이자도 줄어든다. 혜택을 받는 고객은 4000만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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